매년 노조가 업적으로 올리곤 하는 노사협의 결과를 보면 민망하다. 뜯어보면 노조의 업적으로 보기에 민망한 구석이 적잖다. 에둘러 표현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집행부가 직원 복리후생 차원에서 연초 또는 오래전부터 펼쳐온 사업의 결과라는 점 때문에서다. 노조 차원에서 특별히 인사 전횡에 일침을 가하거나 실질적인 개선을 이루려는 노력이 전무한 것이 현실이다.
몇 곳에서 노조원과 비노조원 사이에 설전이 오간 모양이다. 노조원이 먼저 불을 당겼다. 비노조원이 노조가 이룬 혜택을 같이 누리는 건 부당하다는 게 주된 논지였다. 노조 가입을 강제해야 한다는 등의 말도 잊지 않았다. 비노조원들은 이 무슨 공산주의적 발상이냐며 반발했다. 노조가 본질적인 문제에 제대로 접근했으면 알아서들 가입했을 거라는 쓴소리도 나왔다.
넓게 보면 현 노조도 태생적으로 유약한 노조라는 자장 아래서 살얼음판 같은 투쟁의 시기를 거치지 않고 생존을 모색하는 방향에서 크게 이탈하지 않았다. 그렇다보니 집행부와 대등한 입장, 곧 병립을 이루고 있지 못하다. 대립각을 세우기란 더욱 요원하다. 공생이라는 달콤한 부스러기에 취한 역사가 오늘도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누가 개의 목에 방울을 달 것인지에 관한 논의는 내부 어디에도 없다. 길들여진 고양이와 같은 신세. 이것도 저것도 아닌 노조의 정체성으로 오늘도 여전히 난맥상이 계속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