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소설을 쓰다 보면 가끔 이상한 일을 겪는다. 내가 과거에 썼던 소설 속 한 장면, 혹은 이야기의 일부와 완벽하게 똑같은 일이 현실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머릿속으로 지어낸 것에 불과한, 상상 속의 장소나 건물과 똑같은 광경을 목격하고 정신이 혼미해질 것 같은 때도 있었다.
- 《달밤 숲 속의 올빼미》, 고이케 마리코
정확히 그랬다. 그를 만난 그날. 꿈에서 보았던 그 얼굴, 그가 건넨 사진 속 인물은 그를 빼닮았다. 문득 그때 일을 기억하고는 생사나 존망에 관한 처지가 그날에서 많이 내딛진 않은 모양이라고 고개를 주억거렸다. 오늘도 멀리 혹은 가까이서 올빼미가 울테고, 산마루에 걸린 달빛에게선 흙먼지터는 소리 들을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