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젠슨 황의 저주, 양자 컴퓨팅 주가 급락. 수순은?

AI 관련주에 반전은 없었다.

by 콩코드


#6

젠슨 황의 일론 머스크 마사지. 테슬라/엔비디아 대 범 양자 컴퓨팅 관련사의 전선 형성 의도

젠슨 황이 경쟁업체라고 할 수 있는 테슬라와 각을 세우지 않은 것에 의아해할 분들이 많았을 것이다. 발언 모두에서 젠슨 황이 양자 컴퓨팅의 상용화를 사실상 부인한 것과 비교하면 격세지감이 느껴질 정도다. xAI,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주력산업이 테슬라와 겹치고, 기술력에서 테슬라가 엔비디아를 앞서가는 상황에서 엔비디아의 선택지로 두 가지가 떠오른다. 각을 세우거나 꼬리를 내리거나. 젠슨 황이 부러 테슬라의 약한 고리를 공략할 생각을 하지 않은 것에서 엔비디아가 향후 어떤 스탠스를 유지할지 투명하게 드러났다고 봐도 무방하다. 젠슨 황은 xAI, 자율주행차, 휴머노이드 로봇 등 AI 3대 핵심 영역에서 테슬라가 절대적 우위를 점한 현실을 깔끔하게 인정했다. 테슬라와 경쟁하기보다 테슬라의 기술 우위라는 우산 아래서 테슬라와 공존하는 길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에는 감추기 힘든 장점이 있다. 엔비디아가 테슬라와 함께 AI 시장을 이끌어간다는 세간의 평가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선도기업이 달콤한 꿀을 가미한 감자칩으로 시장을 개척하고 시장 규모를 늘려가자, 후발업체가 유사 감자칩으로 시장에 진출해 손쉽게 지분(점유율)을 확보하는 전략과 유사하다고 봐도 될 것이다. 이 경우 후발업체는 시장개척에 따른 진입 비용을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선도기업이 쌓아 올린 제품 인지도에 편승해 판매를 늘려 갈 수도 있다. 비록 선도기업 제품의 인지도와 판매량을 넘어설 수는 없지만 일정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선택이다. 선도기업 입장에서 보면 후발업체의 선택이란 손 안 대고 코 푼 격이라 탐탁지 않을 수 있겠다. 선도기업은 후발업체에 시장개척비를 요구하거나 선도기업이 제품 인지도를 높이는 데 쓴 광고료 등 제반 비용을 청구할 수도 없다. 장점은 있다. 후발업체의 시장 참여로 파이가 늘어나는 만큼 선도기업의 이익 역시 보유 지분만큼 커지는 효과가 난다. 그렇다고 후발업체의 얌체 짓이 마냥 즐거울 수만은 없다. 일론 머스크가 결과적으로 파이를 키우는 젠슨 황의 전략적 선택에 선뜻 동의할지, 테슬라의 앞선 기술력에 무임 승차하려는 엔비디아의 의도에 어떤 형태로 대응할지는 더 두고 볼 일이다.



“일론 머스크가 정확히 올바른 일을 하고 있다”라고 덧붙인 젠슨 황의 말에서 테슬라가 공조까지는 아니더라도 접근을 묵인하는 정도의 허용은 받아들일 거라는 자신감이 배어나기는 하다. 테슬라/엔비디아 대 양자 컴퓨팅의 전선 구도를 만들려는 의도로 읽히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AI계의 거물인 테슬라를 등에 업고 역시나 AI계의 강자로 군림해 온 엔비디아가 과연 대격돌의 장에서 승자로 등극할 수 있을까? 젠슨 황의 발언은 양자 컴퓨팅 주도 기업에 빠른 시일 내 상용화를 앞당길 기술 확보라는 과제를 안겼다. 디 웨이브 컨텀 CEO 앨런 바라츠의 말은 그가 양자 전쟁의 직접 당사자라는 점에서 새겨들어야 하지만 양자 컴퓨팅 관련 산업의 기술 진보에 확신에 준하는 자신감을 드러낸 말로 받아들여도 될 것이다. “우린 양자 어닐링(quantum annealing)이라는 독자적인 기술을 기반으로 양자 컴퓨터를 개발하고 있다. 양자 어닐링 방식은 이미 상용화 단계에 도달했으며, 실제 문제해결에 활용되고 있다.” 익히 젠슨 황은 앞선 상찬에서 테슬라를 넘사벽의 존재로 보고 있음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당분간 테슬라로서도 엔비디아를 내칠 구체적인 동기를 찾을 까닭까지는 없어 보인다.



#7

엔비디아, 양자 컴퓨팅과 확실히 선 긋다.

엔비디아의 전체적인 기조는 적어도 친 양자 컴퓨팅은 아닌 것으로 추정된다. 양자 컴퓨팅 관련 기업이 하드웨어에 더 집중하는 양상이라면 엔비디아가 주력 업종으로 소프트웨어 개발에 박차를 가한 것에서 그 부분을 얼마간 짐작할 수 있다. 설명을 조금 더 보태면 엔비디아는 상용화가 아직은 먼 양자 컴퓨팅에 연산 능력의 획기적 발전을 기대하기보다 슈퍼컴퓨터라는 현 기반에서 연산 속도를 점차 늘리는 방법을 찾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적어도 엔비디아가 자체 개발로 연산 수준을 끌어올린 장치를 언제 실용화 단계에 이를지 미지수인 양자 컴퓨팅에 탑재할 생각이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엔비디아가 보다 현실적인 판단을 하고 있다고 봐도 좋다. 연산 속도에서 한 단계 앞선 연산장치를 AI에 탑재하는 기술에선 엔비디아가 앞서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닐 것이다. 이런 기술적 우위를 장기간 독점하려면 시장에서 폭넓게 기술력을 인정받아야 한다. 아무리 기술적 우위에 섰더라도 관심권에서 멀어지면 속수무책이다. 일단 관심부터 끌어오면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이익을 내는 일은 그나마 어렵지 않다.



올해가 AI에서 양자 컴퓨팅으로 대세가 넘어가는 원년이 될 거라는 예상에 결정적인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 엔비디아로선 사장 참여자의 관심을 자사 주력 업종인 AI로 돌릴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본 듯하다. ‘테슬라 얹기’로 기습 타격의 정당성을 확보한 점은 더 교활하다. 젠슨 황에 대한 시장의 좋은 평판도 힘을 실었다. 관련 경제 지표 또한 가세했다. 양자 컴퓨팅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내부의 복합적인 미묘한 요인들을 일거에 해결하기 위해 기술 연관성이 높은 다른 한쪽을 괴멸 직전으로 몰아가는 방식은 동의를 얻기 힘들다. 젠슨 황의 발언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부분이 수치다. 양자 컴퓨팅이 실제 구현되는 데 2,30년이 걸린다는 말은 투자자 처지에선 사실상 깡통 계좌에 돈을 넣어놓는 것과 같다는 인상을 주기에 충분하다. 여기에 언제 뱅크런이 터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더할 수 있다면 발언 효과가 극대화되지 않을 수 없다. 기대보다 빠른 시일 내에 투자 수익화를 도모할 수 없다면 투자 메리트가 그만큼 적을 수 있다는 판단에 그치지 않는다. 은행 도산의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급락은 이와 같은 세간의 우려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유념할 부분이 있다. 양자 컴퓨팅의 급락으로 AI에 대한 주목도를 끌어올리는 데는 성공했다. 엔비디아 주가 역시 소폭이지만 마이너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양자 컴퓨팅 투자자들의 AI로 이동 신호 또한 포착되지 않았다.



#8

양자 컴퓨팅의 반격

“양자 컴퓨터 주식 투자자들은 AI 주식에 투자하지 않는다.” 그레이트힐 캐피털의 CEO 토마스 헤이스의 말이다. 토마스 헤이스는 덧붙여 “젠슨 황은 AI 관련 스토리를 내세우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한편 양자 컴퓨터 관련 스토리에는 찬물을 끼얹었다”라고 일침을 가했다. 스피어인베스트의 CIO 아이바나 델레브스카는 15∼20년이라는 타임라인은 매우 현실적으로 보인다. 이는 엔비디아가 컴퓨팅 가속기를 개발하는 데 걸린 시간과 비슷하다 “고 평했다. 듣기에 따라 젠슨 황의 발언을 옹호하는 듯 들을 수 있다. 달리 보면 기술 진보의 가능성을 자의적으로 재단할 수 있느냐는 비판으로도 해석된다. 젠슨 황은 말했다. "매우 유용한 양자 컴퓨터가 나오는 데 15년이 걸린다면 지나치게 앞서 예측한 거라는 인상을 줄 것이다. 30년이라고 하면 너무 멀리 잡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다. 하지만 20년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이 믿을 수 있을 거로 생각한다." 계속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