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과 전망’이라는 대구를 무척 좋아한 때가 있었습니다. 진단 없는 전망이 제대로일 수 없고, 전망 없는 진단이란 허망한 것이어서 이런 대구라면 마치 잘 짜인 희곡처럼 당장 무대에 올려도 손색이 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처구니없는 진단은 장밋빛 혹은 잿빛 전망으로 귀결될 가망성이 높습니다. 넓게 보면 내부에 복구할 수 없는 미래가 내장되어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습니다. 이는 마치 한 방향으로 흐르는 힘과 같아서 애초부터 거역하기가 힘듭니다. 자의든 타의든 거기 휩쓸렸다면 사실 절망적아라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장밋빛 혹은 잿빛 전망은 회전하는 그림자에 빗댈 수 있습니다. 때만 되면 돌아오는 각설이 같아서 식상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매년 그 나물에 그 밥이라면 더 기대할 것도 없습니다. 여럿이 무한궤도에 갇혔습니다. 끊어지면 탈출할 수 있을까요? 밖은 낭떠러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