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연의 직무를 망각한 채 진영 논리에 휩싸인 이들이 그들이 속한 곳과 그들이 빌려 쓴 권위를 아주 우습게 만들었다. 그들의 이름이 저잣거리에 나뒹굴고 누대에 걸쳐 뭇사람의 발에 채일 것을 생각하면 어떤 불행도 이에 더하지 않을 듯싶다.
역사가 그날 일을 어떻게 기록할지 망각한 그들에게 두고두고 꼬리표로 붙을 결정이 불과 수일 앞으로 다가왔다. 무위로 끝날 일에 하찮은 궁리로 헛심을 쓴 터라 뒷감당이나 할 수 있을지 걱정이다.
불러낸 거센 파도를 잠재우려면 방파제든 마을이든 적어도 한 번은 부딪히거나 휩쓸려야 하는데, 파고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 어느 쪽을 강타할지는 어느 정도 관측된 듯하다.
악마와 계약한 파우스트의 폐습은 그가 소신과 양심을 팔았다는 것. 행위 후의 신세 한탄은 늦다. 세상 우스운 꼴이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