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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한 잔에 담긴 것들 – 우리는 무엇에 돈을 내는가

by 콩코드


오늘도 어김없이 카페에 앉았다. 오후 두 시, 약속과 약속 사이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찾은 이곳에서 카페라떼 한 잔을 시킨다. 테이블 위로 향긋한 김이 올라오고, 익숙한 커피잔의 온기가 손끝에 닿는다. 메뉴판을 슬쩍 훑던 손님이 조용히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이 정도 커피가 5천 원이나 해?”


그 말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릴 뻔했다. 그 질문은 꽤 오랫동안 나의 마음속에 머물던 의문이기도 하니까. 커피 한 잔의 값. 우리는 과연 그 가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원두 몇 그램, 물 몇 ml – 커피의 실체를 좇는 사람들


커피 한 잔의 가격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쟁은 오래된 이야기다. 일부는 말한다. “원두 몇 그램, 물 몇백 밀리리터. 기계가 내려주는 걸 바리스타가 컵에 담아내는 것뿐인데 5천 원이나 받다니 말이 되느냐”고. 실제로 계산기를 두드려 보면, 원두와 물, 전기세 등 ‘물리적 요소’만 따졌을 때 한 잔의 커피 원가는 천 원이 채 되지 않는다. 특히 대형 프랜차이즈의 경우 대량 구매와 효율화된 시스템으로 더 낮은 원가 구조를 가진다.


하지만 커피는 단순히 액체로 측정할 수 없는 것들이 얽힌 음료다.



커피에는 공간이 담겨 있다


카페란 이름으로 불리는 공간은 그저 커피를 제공하는 곳이 아니다. 혼자여도 괜찮은 장소, 노트북을 펴고 글을 쓰거나 책장을 넘기며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조용한 피난처다.


서울의 어느 한복판, 월세 몇 백만 원이 넘는 자리에 들어선 작은 카페를 떠올려보자. 그곳은 음료를 파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누군가의 하루를 붙잡아두는 방주 같은 역할을 한다. 부드럽게 틀어놓은 음악, 따뜻한 조명, 자리마다 다른 감도의 의자들. 우리는 그 공간에서 단지 커피만 마시는 것이 아니다. 고요와 생각, 약속과 대화, 혹은 혼자의 시간을 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커피값으로 단지 ‘마실 거리’만 지불하는 걸까?


사람의 손이 만든 따뜻함


커피를 내리는 사람의 존재를 빼놓을 수 없다. 어느 날, 동네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적이 있다. 바리스타는 내가 어떤 원두를 선호하는지 물었고, 신맛보다는 고소한 풍미를 좋아한다고 말하자 여러 가지를 설명해 주었다. 커피잔을 건네받으며 느낀 것은 그저 음료의 온도만이 아니었다. 사람과 사람이 주고받는 짧은 교감이 담겨 있었다.


그들의 손에는 커피를 단순히 ‘추출’하는 기술 이상의 것이 있다. 원두 상태를 매일 확인하고, 에스프레소 샷이 흐르며 맺히는 크레마를 바라보고, 손님의 기호를 기억하고, 종종은 위로를 건넨다. 우리가 지불하는 가격에는 그들의 ‘노동’과 ‘정성’이 들어 있다.


커피값을 둘러싼 문화의 진화


한때 커피는 단순한 기호음료였지만, 오늘날에는 문화가 되었다. 수많은 개인 카페들은 자신만의 개성과 스토리를 담아 공간을 꾸민다. 벽에 걸린 한 편의 시, 디저트 접시에 놓인 계절 꽃 한 송이, 컵의 로고조차도 누군가에겐 사진 한 장으로 남는다.


우리는 그 커피를 마시며, 동시에 문화의 한 조각을 소비한다. 그러니 “너무 비싸다”는 말은 어쩌면 "나는 그것을 가치 있다고 느끼지 않는다"는 고백일 수도 있다.


결국, 선택은 각자의 몫


나는 커피 한 잔에 5천 원을 낸다. 누군가는 그 돈으로 한 끼 식사를 해결할 것이고, 또 누군가는 편의점 커피로 하루를 시작할 것이다. 어떤 선택도 틀리지 않다. 다만 내가 원하는 삶의 모습, 하루의 템포, 마음의 여유에 따라 그 한 잔의 가치는 달라진다.


지금 이 순간, 내 앞에 놓인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다. 그건 오늘의 내 리듬을 정리하는 쉼표이자, 나를 위한 작은 사치이고, 나를 세상과 연결하는 창이다.


그러니, 커피 가격은 적정한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숫자가 아니라 마음에 있다. 우리 각자의 시간과 감정, 삶의 무게가 그 한 잔에 녹아들어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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