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스 만의 『1493』이 비추는 연결의 윤리
1493년 이후의 세계, 우리는 아직 그 바다 위에 있다
콜럼버스 교환에서 팬데믹, 기후 위기까지—찰스 만의 『1493』이 비추는 연결의 윤리
세계는 언제부터 하나였을까.
우리는 종종 역사를 연도 단위로 나누지만, 어떤 해는 단순한 숫자를 넘어 인류의 운명 자체를 바꿔놓는다. 찰스 만의 『1493』이 다루는 해, 바로 1493년이 그렇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는 두 번째로 대서양을 건넜고, 그의 배에 실린 것은 금과 탐험 정신만이 아니었다. 말, 감자, 담배, 흑인 노예, 말라리아 균, 유럽의 욕망과 신념—그 모든 것이 바다를 건너 지구 반대편에 흘러들었다. 그렇게 세계는 섞이기 시작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뒤섞였다.
『1493』은 ‘콜럼버스 교환(Columbian Exchange)’이라는 개념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는 세계가 어떻게 생겨났는지를 설명한다. 그것은 발견이라기보다 충돌에 가까웠고, 진보보다는 재편에 가까웠다. 남아메리카의 감자가 유럽의 기근을 구했지만, 동시에 아프리카의 사람들은 노예선에 실려 카리브해로 팔려갔다. 담배는 황금보다 더 많은 이윤을 가져왔고, 말라리아는 유럽인들의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수확을 가능하게 했다*. 이 책은 ‘어떻게 세계는 하나의 생태계, 하나의 경제, 하나의 질병 순환계가 되었는가’를 묻고, 그 답을 집요하게 추적한다.
* 말라리아가 창궐했던 열대 지방에서는 유럽인들이 직접 농사를 지을 수 없었지만,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노예들은 말라리아에 대한 내성이 있어 살아남았다. 그 결과, 유럽인들은 직접 손을 더럽히지 않고도 노예 노동을 통해 대규모 수확을 이룰 수 있었다.
그러나 『1493』은 과거의 박제된 이야기로만 끝나지 않는다. 이 책은 놀랍도록 명료하게 지금의 우리를 비춘다.
마트에서 고른 바나나는 에콰도르에서 왔고, 아침에 마시는 커피는 콜롬비아나 에티오피아 고지대에서 자란 것이다. 세계인의 식탁은 콜럼버스 교환의 후손들로 채워져 있다. 하지만 그 농장의 밭 한가운데에서는 이주 노동자들이 법적 보호 없이 일하고 있으며,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병충해와 수확 불균형에 시달리고 있다. 세계는 연결되었지만, 그 연결은 언제나 평등하지 않았다.
팬데믹은 그 연결의 또 다른 그림자였다. 단 몇 달 만에 바이러스는 전 지구를 휩쓸었고, 마스크와 백신, 치료제는 특정 국가에 독점되었다. 감염은 국경을 가리지 않았지만, 대응은 국경 너머로 나아가지 못했다. 찰스 만이 묘사한 17세기 말라리아의 확산과 21세기의 코로나19는 본질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사람과 상품, 미생물은 빠르게 이동하고, 그에 따른 격차와 충돌은 더 치명적으로 다가온다.
기후 위기도 이 교환의 현대적 버전이다. 지구 반대편에서 일어난 삼림 벌채는 이곳의 기후에 영향을 주고, 아마존의 불길은 도시의 미세먼지로 돌아온다. 초국적 기업이 중남미의 노동력을 착취해 생산한 옷이 유럽의 쇼윈도에 걸리는 데 걸리는 시간은 단 이틀. 그 속도의 세계화는 찰스 만이 묘사한 ‘은의 길(Silver Road)’처럼, 한쪽에서 무언가를 빼앗아 다른 어딘가를 채우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제 우리는 이 연결이 ‘교환’인지 ‘착취’인지, 다시 묻지 않을 수 없다.
『1493』은 이러한 얽힘을 단순한 인과관계로 설명하지 않는다. 찰스 만은 오히려 “역사는 언제나 복합적이며, 세계화는 비가역적”이라고 말한다. 감자 하나가 유럽의 인구 구조를 바꿀 수 있고, 말라리아 한 종이 대륙의 노동 구조를 뒤흔들 수 있다. 오늘날 기후 변화로 인한 곡물 가격 상승, 해양 생태계 붕괴, 곤충 전염병의 북상 역시 이 ‘콜럼버스식 교환’의 21세기적 변주다. 과거의 교환은 이제 생존의 문제로 되돌아오고 있다.
결국, 『1493』은 세계화의 기원을 되짚는 동시에, 우리가 그 세계화의 어떤 결과 위에서 살아가고 있는지를 되묻는다. 연결은 당연한 것이 아니라, 누군가가 만든 시스템이며, 그만큼 다시 설계할 수 있는 것이라는 깨달음. 그것이 이 책의 가장 강력한 메시지다.
"우리가 사는 이 세계는 어디에서 왔는가?"
그 질문에 찰스 만은 한 줄로 답한다.
"우리는 지금도, 1493년의 바다 위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