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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분과 전체를 넘나든 사유의 여정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

by 콩코드


우리는 언제부터 세계를 부분으로 나누어 이해하게 되었을까? 그 조각들이 다시 하나의 전체를 이룰 수 있을까? 하이젠베르크의 『부분과 전체』는 그 질문 앞에 선 사유의 여정이다.


20세기 과학의 풍경은 양자역학의 등장과 함께 급변했다. 뉴턴이 설계한 기계적 우주는 안정된 무대가 아니었다. 원자는 더 이상 딱딱한 구체가 아니었고, 시간과 공간조차 절대적이지 않았다. 이러한 급진적인 전환기의 중심에 선 인물 중 하나가 바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다. 그리고 그가 직접 써 내려간 『부분과 전체』는, 단순히 과학자의 회고록을 넘어 지성의 격돌과 내면의 윤리적 고뇌가 담긴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과학과 철학, 그리고 인간의 고백


『부분과 전체』는 다소 독특한 형식을 취한다. 전통적인 자서전이나 학술서가 아닌,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다. 하이젠베르크가 보어, 아인슈타인, 파울리, 플랑크 같은 당대 과학자들과 나눈 담론은 마치 철학자들의 심야토론처럼 살아 숨 쉰다. 여기엔 원자 모형을 두고 벌인 논쟁도 있지만, 나치 시대 과학자의 책임과 존재 이유를 묻는 고뇌도 함께한다.


그의 대표적인 이론인 불확정성 원리는 과학의 본질에 대한 깊은 물음을 남긴다. “관측 없이는 실재도 없다”는 급진적인 시각은 당시뿐 아니라 지금까지도 ‘실재란 무엇인가’에 대한 철학적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과학은 더 이상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도구가 아니다. 그것은 해석이며, 그 해석의 배후에는 인간의 의지와 세계관이 자리하고 있다.


함께 읽어야 더 넓어지는 사유의 지도


『부분과 전체』는 고립된 독서보다는 함께 묶어 읽을 때 더 깊은 울림을 주는 책이다. 토머스 쿤의 『과학 혁명의 구조』는 그 대표적 짝이다. 하이젠베르크가 경험한 과학의 격변은 쿤이 말한 패러다임 전환의 생생한 현장이다.


현대적 이해를 돕기 위해선 카를로 로벨리의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도 추천할 만하다. 로벨리는 현대 이론물리학자로서 하이젠베르크의 사유를 현대적으로 확장한다. 여기에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의 삶』 같은 전기적 텍스트는 그가 겪은 역사적 맥락과 개인적 딜레마를 구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준다.


오늘날 이 책은 무엇을 말하는가


우리는 지금 기술과 데이터가 넘쳐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공지능은 사고를 대신하고, 기후 위기와 전쟁은 과학기술이 인간의 삶에 끼치는 영향력을 다시금 떠올리게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부분과 전체』는 현대적 의의를 지닌다.


첫째, 하이젠베르크는 객관성의 신화를 해체한다. 진리란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달라지며, 지식은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그는 이미 반세기 전에 말하고 있다.


둘째, 그는 과학자의 윤리적 책임을 강조한다. 원자폭탄 개발의 시대를 살아낸 과학자의 성찰은, 오늘날 유전자 조작이나 AI 개발에 나서는 이들에게도 동일하게 던질 수 있는 물음이다.


셋째, 그는 과학과 철학의 융합을 시도한다. 이는 최근 과학기술 분야에서 다시 떠오르는 흐름이기도 하다. 철학 없이 기술만 앞선 시대는 길을 잃기 쉽다는 사실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잊는다.


『부분과 전체』는 물리학 책이 아니다. 사유의 책이다. 부분을 들여다보며 전체를 이해하려는 노력, 전체를 조망하며 다시 부분을 반추하는 지성의 운동이다. 그 여정 속에서 독자 역시 ‘나는 이 세계를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하이젠베르크의 목소리는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어쩌면 점점 더 조각나고 있는 우리의 세계 속에서, 그는 조용히 이렇게 말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전체를 잊은 과학은 공허하고, 부분에 집착한 지식은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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