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겁먹지 말고 도려낼 건 확실히 도려내자고요

생살이 떨어져 나갈 것도 각오해야

by 콩코드

청산하지 않아서 그래. 그 덕에 그 나물에 그 밥이 돼 버렸어. 그 사이 구악이 거의 돌아와 밥상머리에 앉았지. 그놈들에게 밥술 떠먹이고 있는 게 작금의 현실이야. 말이 안 되는 일이지만 현실이 그렇다고.




문밖으로 사람들이 쫓겨났어. 그놈들은 하나 같이 구 세계에서 내로라하며 전횡을 일삼던 놈들이었어. 세상이 바뀌었으니 그놈들이 철퇴를 맞는 거야 새삼스러울 거 없는 이치지. 그렇게 많은 수의 사람이 쫓겨났거든. 그런데 말이야. 놈들이 모두 문밖으로 쫓겨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어. 그 놈들이 돌아서 들어온 거야. 얼마나 됐다고. 문을 여닫이문에서 회전문으로 바꿔치기한 거지. 어떻게 된 일이냐고?



새사람들이 구 세계를 뒤엎고 입성한 뒤 그들에게 줄을 대 살아남은 놈들이 있었어. 바로 그 잡놈들이 눈치 슬슬 보며 밤새 여닫이문을 떼고 회전문을 단 거야. 여닫이문을 뗄 때 뭐 했느냐고? 골이 들어갈 걸 막아야 할 문지기가 어중이떠중이들과 마찬가지로 4년 뒤에 세상이 바뀔 것부터 걱정했더란 말이지. 꼴에 문지기와 어중이떠중이들이 말이야. 어중이떠중이들이 세상이 바뀌자 한자리 차지하려고 욕심을 냈다면 정신이 제대로 박힌 줄 알았던 문지기는 엉뚱한 데 관심을 둔 거지. 시작도 하기 전에 몇 년 뒤 다시 세상이 뒤집어져서 자신이 쫓겨날 신세가 되지 않을까 말이야. 살아남은 놈들이 어땠겠어.



약한 고리를 흔들 작정을 한 거지. 마치 다시 제 놈들 세상이 온 것처럼 으스대며 걱정 말라고 다 참작해 준다는 식으로 문지기를 마사지한 거야. 그 대가로 문지기는 저놈들이 회전문으로 교체하는 동안 모른 척 한 거지. 그 문으로 쫓겨난 놈들이 거진 들어오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어. 한 번 열린 문이 오죽했겠느냐고.





처음부터 예견된 상황이야. 문지기는 극명한 예였을 뿐이고. 새 세상을 맞은 초반에 신상필벌과 조직혁신, 미래비전으로 새피를 돌게 해야 누구도 꿍꿍 속을 내지 않을 텐데 똘똘 뭉쳐도 시원치 않을 판에 적당히 쳐내고 그 자리에 근본 없는 어중이떠중이들과 어리바리한 문지기들로 채웠으니 볼짱 다 본 거 아니겠어. 이후 상황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야. 그나마 밀려나지 않고 자리를 보전한 놈들이 자아성찰과 반성으로 세월을 보내도 시원치 않을 판에 떡하니 쫓겨난 놈들이 자신들 앞에 나타난 거야. 천군만마를 만난 거지. 이 놈들이 어떻게 결합했겠어?



한 자리에 모이기 전에도 그놈들은 하라는 일은 안 하고 비토 놓기 바빴어. 어차피 쫓겨난 몸인데 대충 시늉만 했을 테고, 안에 있던 놈들은 중간 정도만 간 했겠지. 마감이 다가와 재촉하면 뭐 해. 깜깜무소식인데. 다시 정리해 볼게. 겉은 새 세상인데 실제는 구태가 여전한 구질서 속이 시퍼렇게 살아있었던 거야. 무슨 쌍팔 연도 앙시앵레짐도 아니고. 고작 2년도 채 안 된 기간 동안 안에서 목숨을 부지한 놈들이나 쫓겨난 놈들(말이 그렇지 요직에서 물러났다는 뜻이야, 알지?)이 어떻게 했겠느냐고?



찬찬히 살펴보니까 그놈들 눈에 갈아엎었다고 생각한 밭에 썩은 구석이 여전하네. 이번엔 갈아엎어 바야흐로 옥토가 된 밭을 보니까 별 쓸모없는 쭉정이들 천지고. 한눈에 봐도 우습지. 그때부터 저들은 밭일에 관심이 없었어. 이 지경인데 지들이 탱자탱자한들 누가 나서서 이러쿵저러쿵 말을 하겠느냐고? 처음엔 어깃장을 놓는 수준이었다가 이젠 엄포를 놓아도 움직이질 않아.



처음부터 아주 날카로운 칼을 대서 고름을 도려냈다면 그럴 일 없었을 테지. 세상 무딘 칼에, 칼이라고 해야 어디 장난감 같은 칼을 실속 없이 휘둘러댔으니 어디 추상같이 영이 서겠냐고? 작금의 현실이 그래. 비통하지. 그 많은 시간을 허비하고 다시 그놈들이 득세하는 걸 봐야 하다니. 아직은 이쪽 시간이라 아주 늦었다고만 할 수 없어. 썩어빠진 놈들을 가려낼 둥치란 늘 남아 있는 법이거든.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