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북쪽 박쥐 [1]

by 김아나

The Velvet Underground - The Gift (White Light/White Heat, 1968)




엄마는 고양이 탐정이었다. 못 찾는 아이들이 없었다. 자자는 엄마가 고양이와 인간의 혼종이라고 생각한 적도 있다. 엄마는 사람이 아니라고. 그러므로 자신과 핏줄로 연결된 가족이 아니라고.


고양이 반반이가 집을 나왔다는 소식을 들은 건 금요일 퇴근을 앞둔 때였다. 공장 현장감독이 어젯밤 퇴근길 고속도로에서 반반이를 봤다고 전했다. 전조등 스포트라이트에 놀란 반반이는 입을 크게 벌려 석순 같이 뾰족한 이빨을 드러냈다고 했다. 입속이 어찌나 시커멓고 깊던지 동굴인 줄 알았어. 쫓아가니 수풀로 도망가 버리지 뭐야. 감독이 말했다. 자자는 시꺼먼 입을 벌려 감독을 위협하는 반반이를 그려보았다. 상상이 가질 않았다. 녀석은 자자가 품에 안고 잠에 들어도 가만히 있는, 고양이치고 독특한 성정을 가졌으니까.


왼쪽 얼굴은 흰색, 오른쪽 얼굴은 검은색인 고양이 반반이는 꽤 유명했다. 십 년 전 TV 동물탐험대의 ‘고양이 탐정계의 셜록과 왓슨, 신유선 씨와 딸, 자자의 좌충우돌 동물 찾기’ 에피소드에서, 두 사람이 반반이를 구조하는 과정이 공중파를 탔다. 열세 살의 자자가 쥐덫에 걸린 반반이를 조심스럽게 거두는 장면은 다른 프로그램에서 회자가 될 정도였다. 반반이의 의뢰인은 고양이를 진짜 찾을 줄 몰랐다며 상기된 얼굴로 말을 이었다. 사실 치료할 돈도 없고 이미 다른 고양이를 들였어요. 자자는 온몸에 핏덩이를 뒤집어써 털이 갈래갈래 뭉친 반반이를 품에 안고 말했다.


우리 집으로 고양이를 데려가요.


엄마는 고양이 탐정이었다. 고양이 찾기를 업으로 삼은 사람이 고양이를 잃어버린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자자는 퇴근 뒤 기숙사 침대에 누워 한참 동안 천장을 바라보았다. 지난 2년간 걱정도 상념도 없이 천장을 바라보았건만 그런 건 이제 머나먼 꿈결처럼 느껴졌다. 천장에 난 무늬는 반반이가 뛰어든 수풀의 미로 같았다. 그녀는 무늬를 헤집고 싶지 않았다. 반반이의 소식을 듣기 십 분 전처럼 어떤 것도 위하지 않고, 어떤 것도 배려하지 않고, 어떤 것에도 신경을 쓰지 않는 상태로 되돌아가고 싶었다. 그녀는 천장에서 서서히 시선을 내려 매월 급여일마다 사들인 핸드백들을 바라보았다.


모든 가방에겐 브랜드에서 지어준 이름이 있다. 알마, 모드, 리사, 켈리, 리타. 정교하게 지어진 아름다운 이름들. 이름을 하나씩 되짚어갈 때 구내식당의 시끌벅적한 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자자를 뺀 사료 공장 생산부 직원들은 금요일 밤부터 토요일 새벽까지 가벼운 음주를 즐겼다. 잔이 부딪치는 맑은 소음과 짤막한 웃음소리, 술의 종류에 대해 논하는 나직한 음성이 들려오자 자자는 날림공사로 만들어진 기숙사 건물을 탓했다. 입술이 말라 각질이 버석거렸다. 아무리 입술을 핥아도 낫질 않았다. 심장이 혈액 대신 알코올을 갈망했다.


그녀는 2년 간 장기 여행 중이었다. 금주라는 장기여행을. 여행을 포기하게 만든 건 반반이었다. 자자가 식당 문을 열고 들어갔다. 조야한 조립식 식탁위에 몰트위스키와 토카이, 데낄라와 보드카, 오량액이 제멋대로 올랐다. 술병 라벨이 마치 여행의 끝을 알리는 표지판처럼 보였다.


동료들 사이에 앉아 보드카와 데킬라를 섞어 마셨다. 자자 씨가 웬일이야, 직원들이 드문드문 말했다. 자자는 대답 없이 시멘트 바닥을 바라보며 중얼댔다. 반반이는 어디에 있을까요. 반반이는 어디에. 테이블 반대편에 앉은 누군가가 작게 말했다.


고양이는 멀리 떠나지 않는대. 주변을 돈대.


택시를 불렀다. 자자는 새벽 3시라는 불길한 시간에 나타난 불길한 손님이었다. 택시기사는 알코올에 몸과 정신이 담뿍 젖은 자자를 지새동 사거리에 내려다 주고 급박하게 엑셀을 밟았다. 그녀는 비틀대다 간신히 자리에 서서 택시가 내뿜는 뱀 모양 배기가스를 바라보았다. 아니. 저건 뱀이다. 글쎄. 뱀의 환영일까. 자자는 가방 리사의 손잡이가 구겨지도록 세게 잡고 정신을 다잡았다.


취했을 때 자주 헛것을 보았다. 오늘 새벽도 마찬가지다. 자자처럼 술에 취한 한밤의 아이들은 택시를 잡는 대신 나체로 도로를 기어 다녔다. 인공위성이 밤하늘에 남긴 자국은 상흔으로 보였고, 저 멀리 보이는 산은 짐승의 혓바닥이 여러 개 겹친 것 마냥 붉고 두툼했다. 가로등 전구는 실핏줄 선 눈알, 엄마의 집으로 향하는 길목은 교수형 밧줄이었다. 그녀는 길을 따라 걸으며 알코올이 만들어낸 환영이 덮은 진짜 모습을 기억해내려 애썼다.


엄마의 집으로 가려면 상점과 주택과 오피스텔 건물을 거쳐야 했다. 상업지구의 안락한 가로등이 사라지고 북한산의 음기가 축축하게 온몸을 적시면 거의 다 온 거다. 집은 산에 임한 저 끝에 있었다. 사람들은 엄마의 집을 끝 집이라 불렀다.


집 가까이 갈수록 비린내가 심했다. 처음 맡아본 냄새다. 세상 모든 국가의 단어 사전을 뒤져보아도 냄새를 묘사할 형용사는 없을 것이다. 뭉큼한 갈색 냄새 덩어리가 턱 밑까지 차올랐다. 아무리 숨을 내쉬어도 눌어붙은 냄새 덩어리를 뱉어낼 수 없을 것만 같았다. 아무리 동떨어진 집이라고 해도 냄새가 이런 데 아무도 민원신고를 하지 않았나, 의아했다.


대문을 열고 집에 닿았을 때 악취 때문에 콧구멍이 찢겨나가는 것 같았다. 그녀는 반반이를 부르며 문을 열었다. 혹취에도 불구하고 자자를 이끈 힘이 무엇인지는 설명할 수는 없다.


엄마가 거둔 유일한 개, 포메라니안 플로렌시오가 짖었다. 녀석이 먹다 남긴 소의 심장이 현관에 나뒹굴었다. 말라빠진 심장 근처에 하루살이 무리가 정신 분열적으로 돌았다. 심장을 들어 올리자 수북한 먼지가 공중에 떠 현관을 장악했다. 마치 자신도 하나의 생명인 양.


집안은 나른하고도 느린 공기로 가득했다. 누군가 자고 있거나 자고 일어나 외출을 한 것처럼. 거실 왼편 일직선으로 선 최고급 도자기 그릇들은 찌끼 하나 없이 깨끗하게 비워져 있었다. 원목 장판은 수십 마리의 고양이들이 할퀴어 빗금 모양으로 지저분했다. 바닥은 녀석이 싼 배설물과 모래 덩어리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한 걸음씩 나아갈 때마다 분진이 솟았다. 습식 간식 패키지는 녀석들이 문 자국으로 빼곡했다. 동그란 이빨 자국이 고대 문자처럼 찍힌 패키지를 바라보니 고양이들이 뭔가 할 말이 있었나 싶었다. 정말 필요한 게 있다고.

먹을 것을 달라고.


엄마는 업소 냉장고를 썼다. 양손을 최대한 뻗어도 안을 수 없을 정도로 큰 냉장고 세 개를. 그 안에 닭고기와 내장, 삶은 황태와 오메가3가루, 유근피 뿌리 따위로 가득했던 게 기억난다. 냉장고를 여니 오래된 냄새와 함께 빈틈없이 쌓인 음식들이 보였다. 오래된 음식은 곪고 터져 서로 섞여 거대하고 독립된 형체를 이루었다. 선반, 찬장 모두 빈 구역이 없었다. 베란다도 마찬가지다. 빈 공간을 허용할 수 없다는 듯 신문지가, 음식물이 담긴 쓰레기봉투가, 녹아내린 고기들이 켜켜이 쌓였다. 선반과 선반 사이에도 걸레와 행주 따위가 쌓였다.


세탁기와 벽 틈새에서서 터키쉬 앙고라 소피아의 시체를 발견했다. 몸이 온통 짜그라졌고 물고 뜯은 흉터가 곳곳에 있었다. 소피아에게 무엇을 해주어야 할지 도저히 감이 서질 않아 엄마의 방으로 향했다. 방은 북쪽에 있다.


북쪽 방 바로 앞에는 고양이들의 유골함이 진열된 커다란 장이 있다. 엄마는 뒤뜰에 아이들을 매장하기 시작하면 시체가 우리 집을 잡아먹을 거라 했다. 그럼 아주 깊은 곳에 한 마리를 묻고 흙을 덮어 그 위에 또 묻자고, 자자가 말했다.


밭을 고양이 라자냐로 만들 셈이니? 엄마가 대답했다. 그녀는 구조한 아이들이 죽을 때마다 유골함을 사들였다. 그렇게 모여 아카이브가 되어버린 전시장. 자자는 장식장을 볼 때마다 고양이들의 영혼은 참으로 고적하지 않을까 상상했다. 가루 속에서 솟아난 영혼들이 바깥으로 나가려고 도자기 벽에 몸을 부딪치고 있을 것만 같았다. 양말이 차가워 내려다보았다. 타르 타입의 끈끈한 액체가 문 하단부에 자그맣게 만든 고양이 출입구로 흐르고 있었다.


-엄마.


자자가 대답을 기다리며 장식장을 바라보았다. 엄마에게 물어볼 것이 많았다. 내부와 바깥의 온도 낙차 때문에 수증기가 수두처럼 추한 모양으로 올랐다. 유리에 비춘 자자의 얼굴이 왜곡되어 보였다. 그녀는 문을 쉽사리 열 수 없었다. 엄마는 방에 별것도 없으면서 어릴 적부터 자자가 출입하는 걸 꺼렸다. 북쪽 방은 자자에게 금기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반반이를 찾을 사람은 엄마밖에 없으리라. 소피아의 장례를 치를 사람도 엄마이리라. 바닥에 소피아를 조심스럽게 내려놓고 방문을 열었다. 사람 크기만 한 박쥐가 천장에 매달려 있었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