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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Apr 09. 2021

공자는 보수주의자가 아니다

17편 양화(陽貨) 제3장

  공자가 말했다. “지극히 지혜로운 사람과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     

 

  子曰: “唯上知與下愚不移.”

  자왈   유상지여하우불이          

  


  상지(上知)와 하우(下愚)가 어떤 사람이냐에 초점을 맞추면 길을 잘못 들어 미로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들 대다수는 상지가 아닙니다. 지극히 현명한 사람은 2% 미만일터이니까요. 또 지극히 현명한 사람이 스스로 상지라고 자처할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 공자 자신도 결코 상지라고 생각하지 않았을 겁니다. 따라서 만일 당신이 변화를 거부한다면 하우, 즉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 되고 맙니다. 

     

  공자가 겨냥한 것은 정확히 이것입니다. “그대가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이 아니라면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을 보수주의자라고 부를 수 있을까요? 


  공자가 흠모했던 은나라를 건국한 탕왕도 이에 공명한 성인이었습니다. 은나라 건국의 일등공신인 재상 이윤(伊尹)이 탕왕에게 다음과 같은 충언을 올렸다고 합니다. “사람이 새롭고자 한다면 매일 책을 보는 것이 그 길입니다. 매일 책을 보고, 사유하며, 현자와 의논한다면 왕은 매일 새롭게 뜨는 저 해처럼 매일매일이 새로울 것입니다.” 탕왕은 이를 실천하기 위해 매일 같이 세수하는 구리대야 바닥에 다음과 같은 문장을 새기게 했습니다. 구일신일일신우일신(苟日新日日新又日新), ‘진실로 매일 새로운 해가 솟듯이 날마다 새롭고 또 새로울지니’라는 뜻이 담긴 표현입니다.  

    

   ‘구일신일일신우일신’은 공자의 가르침을 자여(증자) 또는 자사(공급)가 기록했다는 ‘대학’에 등장해 더욱 유명해진 구절입니다. 이 구절은 공자가 이 장에서 한 말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대가 지극히 지혜로운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면 마땅히 변화하는 것을 꺼리거나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곧 일신우일신하는 것이니 매일 같이 조금씩 진보해가는 것 아니겠습니까? 미래에 우리가 조금씩 진보할 것이며 또 그래야 한다고 믿는 사람을 우리는 진보주의자라고 부릅니다. 그렇다면 공자는 어떻게 불러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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