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편 계씨(季氏) 제9장
공자가 말했다. “나면서부터 아는 것이 으뜸이고, 배워서 아는 것이 버금이며, 어려움을 겪고 배우는 것이 그 다음이다. 어렵다고 배우지 않은 사람은 최하위의 백성이다.”
孔子曰: “生而知之者, 上也. 學而知之者, 次也. 困而學之, 又其次也. 困而不學, 民斯爲下矣.”
공자왈 생이지지자 상야 학이지지자 차야 곤이학지 우기차야 곤이불학 민사위하의
네, 방금 군자학 강의에 있어 학점 기준이 발표됐습니다. 지도교수인 공구 교수님에 따르면 A학점은 하나를 가르쳤는데 열을 터득하는 학생이라고 합니다. ‘생지(生知)’라고 이름 붙이긴 하셨는데 사람이 어떻게 나면서부터 알겠습니까? 스스로 생각하고 궁리해 절로 터득한 천재과의 사람을 뜻한다고 봐야겠습니다.
두 번째 B학점은 수업을 한 번도 빠지 않고 열심히 수강하고 과제도 빠짐없이 성실히 수행한 학생에게 주어진다고 합니다. ‘학지(學知)’라 이름 붙이셨죠. 공 교수님도 교재(‘논어’) 7장 술이(述而) 제20장에서 “나는 나면서부터 아는 사람이 아니다. 옛 것을 좋아해 열심히 배웠을 뿐이다”라고 밝히신 바 있으니 B학점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C학점은 과제를 제대로 못하거나 중간고사에서 어려움을 겪었지만 기말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낸 학생에게 부여한다고 합니다. ‘곤학(困學)’이라 이름 붙이셨는데요, 처음엔 공부에 재미를 못 붙이다가 점차 그 재미에 눈을 뜬 학생들을 지칭하는 용어가 되겠습니다. 마지막 D학점은 ‘불학(不學)’이라 이름 붙일만한데 과제도 못 해내고 시험성적도 엉망인데 노력할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는 학생입니다.
저희 학교에선 생지나 불학은 거의 찾기 어렵습니다. 스스로 알아서 터득하는 생지는 굳이 수업을 들을 필요가 없고, 공부에 뚯이 없는 불학은 굳이 비싼 등록금 내고 수업을 들을 이유가 없으니까요. 그러니 대부분 학생은 학지 아니면 곤학이라 봐야겠죠? 공 교수님은 자신과 같은 학지들을 아끼십니다. 하지만 답답할 정도로 공부머리가 없어 과락을 거듭함에도 수업을 듣고 또 들어 마침내 턱걸이로 합격하는 곤학을 보면 뛸뜻이 기뻐하십니다. 그러니 C학점이라고 너무 주눅들 필요 없습니다.
저희 학교 졸업생 중에선 전설적 천재로 유명한 안연이 생지로 꼽힙니다. 안연 다음으로 공부를 잘했던 자공이 “전 하나를 배우면 겨우 두셋을 알까말까인데 안회는 열을 안다”고 인정한 천재니까요. 역대급 곤학으로는 1기생으로 입학한 만학도로 과락을 거듭해 교수님에게 계속 면박을 당하면서도 빠짐없이 수업을 듣기를 반복한 끝에 겨우 졸업장을 받은 자로라는 학생이 있습니다. 또 동급생으로 생지의 반열에 오를 뻔했으나 B등급에 만족해야 했던 자장과 곤지에 가까웠지만 공부 그 자체를 너무 좋아해 안연이 요절한 이후 공 교수님의 수제자로 인정받게 된 자하가 유명합니다.
자장과 자하에 대해 지나침과 모자람은 마찬가지라는 뜻으로 공 교수님이 말씀하신 ‘과유불급(過猶不及)’은 한동안 이 강의실에 급훈처럼 붙어있기도 했죠. 그럼 지금위 급훈은 뭐냐고요? 당연히 교육부 공식 표어로 채택된 공 교수님의 말씀 ‘유교무류(有敎無類)’죠. 캬~ ‘가르침에 있어 차별을 두지 말라’는 말씀이니 요즘 유행하는 차별금지법의 원조라고나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