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편 계씨(季氏) 제8장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두려워하는 것이 3가지 있다. 천명과 대인 그리고 성인의 말씀이다. 소인은 천명을 모르기에 두려워하지 않고, 대인을 업신여기며, 성인의 말씀을 비웃는다.”
孔子曰: “君子有三畏, 畏天命, 畏大人, 畏聖人之言.
공자왈 군자유삼외 외천명 외대인 외성인지언
小人不知天命而不畏, 狎大人, 侮聖人之言.“
소인부지천명이불외 압대인 모성인지언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인다고 하지요. 진실로 아는 자는 함부로 오만하게 굴지 않는 법입니다. 공자의 군자학을 배운 사람들도 배운 만큼 또 아는 만큼 더욱 신중해지고, 조심하기 마련입니다. 여기서 공자는 군자라면 특히 3가지를 두려워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천명(天命)과 대인(大人)과 성인의 말씀(聖人之言)입니다.
천명은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시대정신에 대한 자각을 토대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를 깨닫는 것입니다. 그것은 과거도 현재도 아니라 미래를 향한 순명(順命)의식입니다. 자신의 삶을 바쳐서 이뤄내야 할 미래의 청사진에 대한 확신이기 때문입니다. 대인은 대부 이상의 고위 정치지도자를 말하니 대부(장관), 상경(총리), 제후, 왕(천자)을 말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현재를 규정하고 통제하는 존재입니다. 마지막으로 성인의 말씀인데 이것은 당연히 과거의 산물입니다. 성인은 과거의 대인 중에서도 위대한 업적을 남겼을 뿐 아니라 후대 사람들에게 도덕적 감화를 주는 사람을 말합니다. 그들은 현재 존재하지 않기에 오로지 말씀으로서 우리에게 영향을 끼칩니다.
따라서 여기서 공자의 가르침은 이렇게 바꿔 쓸 수 있습니다. 군자라면 마땅히 미래를 겨냥한 시대정신을 순명하고, 현재를 규정하는 현실정치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과거 성현의 가르침을 신념의 등불로 삼으라. 두려움이라 했지만 거기엔 공경함의 의미까지 담긴 외경이란 표현이 더 정확할 것입니다.
군자를 지향하지 않는 일반인(소인)의 귀엔 이런 말이 제대로 들어오지 않습니다. 먹고사는 일을 해결하기도 바쁜데 천명이니 대인이니, 성인 말씀이니 하는 게 모두 배부른 소리로 들리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무시하다 못해 조롱과 모욕까지 가하기도 합니다. 이를 지적하는 공자의 목소리에서 비난조를 찾는 것은 후대의 착각입니다.
찬찬히 읽어보면 공자는 그 이유까지 명확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미래지향적 소명의식이 없기 때문이란 겁니다. 그렇기에 현재의 정치인조차 모두 정상배 아니면 모리배라고 싸잡아 비판하고 과거의 위인 역시 “알고 보면 모두 도둑놈”이라고 말하기 십상임을 꿰뚫어 보고 있습니다. 내일의 비전이 없기에 오늘의 현실을 부정하고 어제의 교훈조차 외면한다는 겁니다. 그래서일까요? 제 귀에는 얼핏 예수의 목소리가 겹쳐서 들리는 듯합니다. “저들의 죄를 사하여주소서, 저들은 저희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모르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