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편 계씨(季氏) 제7장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경계할 것이 3가지 있다. 젊을 때는 아직 혈기가 안정되지 못했으므로 성관계를 경계해야 한다. 장년이 되면 혈기가 꿋꿋하므로 싸움을 경계해야 한다. 노년이 되면 혈기가 쇠하므로 얻은 걸 지키려는 노욕을 경계해야 한다.”
孔子曰: “君子有三戒. 少之時, 血氣未定, 戒之在色. 及其壯也, 血氣方剛, 戒之在鬪. 及其老也, 血氣旣衰, 戒之在得.”
공자왈 군자유삼계 소지시 혈기미정 계지재색 급기장야 혈기방강 계지재투 급기노야 혈기기쇠 계지재득
‘계씨’ 편의 공통점은 ‘손병호 게임’이란 점에 있습니다. 손가락으로 숫자를 접어가며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를 제시하는 내용이 많으니까요. 이 장에선 ‘3계(三戒)’를 말합니다. 인생의 시기를 소(少), 장(壯), 노(老)로 나누고 각각의 시기에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을 하나씩 언급합니다. 춘추시대 평균 연령이 대략 40세 안팎으로 추정되니 소는 10~20대, 장은 30~40대, 노는 50대 이후를 말한다고 봐야 합니다.
그때 기준으로 혈기(血氣)가 언급되고 각각 색(色), 투(鬪), 득(得)을 삼가라고 말한다는 점에서 한대 이후 유행하는 황로학의 분위기를 풍기기는 합니다. 색은 성적 욕망의 산물이요, 투는 승부근성의 산물이니 이 둘을 언급하는 것은 새로울 게 없습니다. 살짝 부연 설명하자면 젊을 때 가장 손쉬운 경쟁의 대성이니 이성이니 색이라 한 것이고 사회에 진출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뒤엔 성과와 승진에 목을 매고 경쟁을 벌인다 하여 투를 꼽은 것 아닐까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노년의 욕망으로 득(得)을 꼽은 것입니다. 득은 이미 얻은 것이니 요즘 표현으로 말하면 기득권에 대한 집착을 말합니다. 자신의 손에 들어온 것을 쉬 놓지 않으려는 것은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나이 들어서 그러는 것을 노욕(老慾)이라고 비판적으로 바라본 것은 왜일까요? 죽으면 다 놓고 갈 것을 죽음에 가까워진 이들이 더욱 집착하기에 꼴불견이라고 본 것입니다. 따라서 노년에 진입했다고 생각되면 손에 쥐고 있는 것을 베풀고 나눠주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노추로 전락하고 맙니다.
색(色), 투(鬪), 득(得)이란 3가지 욕망을 놓고 곰곰이 생각하다가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에서 트로이 전쟁의 기원으로 설정한 설화가 떠올랐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에게 주라고 돼 있는 황금사과를 놓고 다투던 세 여신이 지상에서 제일 잘생긴 남자인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에게 선택권을 줍니다.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는 어떤 여인이든 유혹할 수 있는 매력을, 지혜와 전쟁의 여신 아테나는 최고의 지혜와 전쟁에서 승리를, 최고의 신 제우스의 아내였던 헤라는 최고의 부와 권력을 약속합니다. 아시다시피 파리스의 선택은 아프로디테였고 스파르타의 왕비였던 헬레나가 파리스의 유혹에 넘어가는 바람에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이 시작됩니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아프로디테는 색, 아테나는 투, 헤라는 득을 상징합니다. 파리스가 20대의 새파란 청년이었기에 색을 택한 것이지 만일 장년이었다면 최고의 지혜와 승전을 약속한 아테나를 택했을 것이고 노년이었다면 부와 권력을 주겠다는 헤라를 택했을 겁니다. 하지만 공자는 말합니다. 군자라면 그 셋을 다 경계해야 한다고.
공자는 키가 2m 넘는 꺽다리에 머리가 엄청 큰데 가운데가 납작한 게 고향의 야트막한 산인 니구산을 닮았다 하여 언덕 구(丘)를 이름으로 삼았습니다. 성인식 이후 이름인 자(字)도 니구산의 니(尼)를 따고 그가 둘째였기에 중(仲)을 붙여서 중니(仲尼)가 됐으니 외모가 그리 출중하진 않았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그러니 파리스를 대신했을 리 만무하지만 만약 뽑혔다면 세 여신 중에 누구를 택했을까요? 아마도 그 황금사과를 셋으로 쪼개겠다고 쇼를 부리다가 결국 다 녹여버렸을 겁니다. 그리곤 이렇게 말했을 겁니다. “군자는 경계할 것이 3가지가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