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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언의 기술

16편 계씨(季氏) 제6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윗사람을 섬김에 있어 세 가지 잘못이 있을 수 있다. 윗사람이 말하기 전에 앞질러 말하는 것은 조급한 것이고, 윗사람이 말을 마쳤는데도 말하지 않는 것은 숨기는 것이고, 윗사람의 안색을 살피지 않고 말하는 것은 눈먼 것이다.“


孔子曰: “侍於君子有三愆. 言未及之而言謂之躁, 言及之而不言謂之隱, 未見顔色而言謂之瞽.”

공자왈 시어군자유삼건 언미급지이언위지조 언급지이불언위지은 미견안색이언위지고



'계씨' 편에 등장하는 프로네시스(실천적 지혜) 중에서 가장 처세술에 가까운 내용을 다룬 장입니다. 윗사람을 모실 때 흔히 저지를 수 있는 3가지 잘못을 경계하고 있습니다. 군자 되기를 강조했던 공자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여기선 군자를 모시는 대상으로 표현했습니다. 아마도 대부 이상의 고위 정치인을 뜻하는 대인(大人)으로 새기는 것이 맞을 것 같습니다.


여기서 어려운 한자는 두 글자인데 건(愆)과 고(瞽)입니다. 愆은 과(過)와 같은 뜻으로 잘못이나 허물을 말합니다. 瞽는 맹(盲)과 동의어로 눈이 먼 사람을 뜻합니다. 윗사람을 모실 때 저지르기 쉬운 잘못 3가지를 뜻하는 3건(三愆)으로서 조(躁), 은(隱), 고(瞽)가 경계의 대상입니다. 조는 요즘 말로 쓸데없이 나대는 것이고, 은이 충언이 필요할 때 침묵하는 것이라면 고는 분위기 파악 못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 3가지를 두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핵심은 조와 고에 빠지지 않으면서 어떻게 할 말을 하느냐로 귀결됩니다. 조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입을 무겁게 해야 합니다. 고가 되지 않으려면 윗사람의 마음을 읽어낼 줄 알아야 합니다. 하지만 눈치가 빠르고 입이 무거운 것은 충분조건에 불과합니다. 꼭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말을 할 줄 아는 필요조건까지 갖춰야 진정한 섬김이 완성됩니다.


그렇다면 필요한 순간에 필요한 말은 뭘까요? 훈수꾼의 관점에서 윗사람의 착오 내지 실수가 보일 때 그걸 넌지시 일러주는 겁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윗사람이 기분 나쁘지 않도록 티 나지 않게 얘기해주는 것이지요. 하지만 윗사람의 심기를 명백하게 거스를 것이 불 보듯 뻔한 경우라도 불벼락을 맞을 각오로 충언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랫사람들 모두가 눈치만 보고 아무도 나서려 하지 않을 때가 그러하지만 나보다 앞서 충언한 사람이 엄청난 불이익을 겪는 걸 두 차례나 봤으며 그것이 옳은 말이라 믿는다면 또한 그러해야 합니다. 부당하다 여기는 것을 속에 꽁꽁 감추고 있는 것이 곧 은(隱)이기 때문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치자 공자가 왜 ‘대인을 모실 때’가 아니라 ‘군자를 모실 때’라 했는지를 무릎을 치며 깨닫게 됩니다. 그냥 대인이 아니라 군자일 때 비로소 은하지 않고 간하는 아랫사람의 충심을 꿰뚫어 보고 또 가납해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만일 윗사람이 그런 군자의 그릇이 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마땅히 은하고 있어야 함을 공자는 더불어 일깨워주려 했던 겁니다.


결론적으로 사람을 섬기고 모실 때 1단계 기술이 ‘무거운 입(口重)’이고 2단계 기술이 ‘빠른 눈(快眼)’이라면 마지막 3단계의 기술이 ‘숨기지 말고 바른 말하기(直言)’라 할 수 있습니다. 관건은 직언을 하기 전에 먼저 구중과 쾌안을 완전히 마스터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렇지 못하면서 함부로 직언입네 떠들었다간 화를 입기 십상이기 때문입니다. 3단계의 기술까지 완벽하게 마스터한 인물로 누가 있을까요? 저는 배트맨의 집사, 알프레드 페니워스가 떠오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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