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편 계씨(季氏) 제5장
공자가 말했다. “좋아함에 유익한 것이 셋이요 해로운 것이 셋이로다. 절제 있게 예악을 좋아하고, 타인의 좋은 점을 말하기 좋아하고, 현명한 벗을 많이 사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은 유익하다. 거들먹거리기 좋은 과시형 음악을 좋아하고, 안일하게 노는 것을 좋아하고, 진탕 먹고 마시는 잔치를 좋아하면 해롭다.”
孔子曰: “益者三樂, 損者三樂. 樂節禮樂, 樂道人之善, 樂多賢友, 益矣. 樂驕樂, 樂佚遊, 樂宴樂, 損矣.”
공자왈 익자삼요 손자삼요 요절예악 요도인지선 요다현우 익의 요교악 요일유 요연락 손의
樂은 나무에 현을 맨 악기를 형상화한 한자입니다. 거기서 ‘풍악 악’, ‘즐길 락’, ‘좋아할 요’라는 3가지 뜻과 음이 파생됐습니다. 특히 이 장에선 이 3가지가 모두 등장합니다. 먼저 三樂는 3가지 좋아함이란 뜻의 삼요로 발음합니다. 이후 맨 앞에 쓰인 樂은 모두 ‘좋아할 요’입니다. 예악(禮樂)과 요악(驕樂)에선 풍악 악이고, 마지막 연락(宴樂)에선 즐길 락의 의미로 쓰였습니다.
맹자는 군자삼락(君子三樂)이라 하여 군자는 부모형제가 무고한 것, 하늘을 우러러 부끄러움이 없는 것, 천하의 영재를 얻어 교육하는 것을 세 가지 즐거움으로 삼는다고 하였습니다. 그에 앞서 공자는 한자표기는 똑같지만 삼요(三樂)라 하여 세 가지 좋아함을 말했습니다. 다만 거기엔 플러스의 삼요와 마이너스의 삼요가 있습니다.
이번 손병호 게임은 오른손가락 셋, 왼손가락 셋을 차례로 접으며 비교하는 게임입니다. 편의상 오른손은 플러스의 좋아함, 왼손은 마이너스의 좋아함이라고 해봅시다. 저의 분석으로는 각각의 셋은 서로 대응되는 구조입니다.
첫째 오른손가락은 예악(禮樂), 왼손가락은 교악(驕樂)입니다. 예악은 공자의 군자학이 그토록 강조하는 질서(order)와 조화(harmony)를 구현한 의례용 음악을 말합니다. 그런 예악도 과시로 흐를 염려가 있기에 다시 절제를 강조했습니다. 그와 대비될 驕樂에 대해서 대부분의 논어 주석서는 교악이 아니라 교락으로 음독합니다. 교만과 쾌락이란 뜻 아니면 사치스럽고 방탕한 쾌락이란 뜻으로 새기는 거죠. 하지만 저는 질박한 예악과 대비되는 ‘거들먹거리는 음악’이란 뜻의 교악으로 새겨봅니다. 거들먹거리는 음악이란 엄청난 기교와 웅장한 사운드를 강조하는 음악이니 부와 권력을 과시하기 위한 사치스러운 음악인 것입니다.
둘째 오른손가락은 도인지선(道人之善), 왼손가락은 일유(佚遊)입니다. 도인지선의 도(道)는 ‘말하다’는 뜻으로 다른 사람들의 좋은 점에 대해 이야기한다는 것이고 일유는 편안하게 논다는 뜻입니다. 그 둘이 왜 대구를 이루는 것일까요? 도인지선은 타자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를 배려할 때 가능합니다. 반면 일유는 타자에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좋을 대로 놀고 즐기는 것입니다.
셋째 오른손가락은 다현우(多賢友), 왼손가락은 연락(宴樂)입니다. 전자는 여러 현명한 사람과 교우한다는 뜻이고 후자는 파티를 열어 먹고 마시며 논다는 것입니다. 둘 다 사람이 여럿이 있어야 가능한 것입니다. 다현우가 지혜로운 사람을 사귀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면 연락은 진탕 먹고 마시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여기서 좀 더 파고들면 오른손가락 세 개는 모두 공자가 좋아하는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예약은 공자가 표방한 정치를 예약정치라 하는 만큼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도인지선은 곧 타인을 품에 안는 것이니 어짊(仁)과 관련된 것이오, 다현우는 곧 현명한 사람을 좋아하는 것이니 곧 지헤(知)와 관련된 것입니다. 6편 ‘옹야’ 제23장에 나오는 ‘지자요수 인자요산(知者樂水 仁者樂山)’와 일맥상통합니다.
한 가지 빠진 게 있습니다. 호학하는 것이니 공자는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 자신이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하였는데 여기엔 빠져있습니다. 그래도 음악의 풍류를 알고, 타인의 장점을 아끼며, 현명한 친구를 벗 삼는 것으로 당신은 산수를 사랑하는 공자 스타일 사람이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