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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종류의 벗

16편 계씨(季氏) 제4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유익한 벗에 세 부류가 있고, 해로운 벗에 세 부류가 있다. 올곧은 사람, 믿음직한 사람, 박식한 사람을 벗하면 유익하다. 알랑거리며 비위 맞추는 사람, 줏대 없이 휘둘리는 사람, 말만 그럴듯하게 잘하는 사람을 벗하면 해롭다.”


孔子曰: “益者三友 損者三友. 友直, 友諒, 友多聞, 益矣. 友便辟, 友善柔, 友便佞, 損矣.

공자왈 익자삼우 손자삼우 우직 우량 우다문 익의 우편벽 우선유 우편녕 손의



이번엔 세 가지 벗을 꼽습니다. 이번에도 플러스의 벗과 마이너스의 벗이 등장합니다. 역시 각각이 대응되는 성향의 친구입니다. 플러스의 삼우는 올곧은 벗, 믿음직한 벗, 박식한 벗입니다. 마이너스의 삼우는 각각 그 대척점에 선 친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편벽한 친구입니다. 여기서 편벽은 소견이 편향되고 좁다는 듯의 偏僻이 아닙니다. 사람의 마음을 사기 위해 비위를 잘 맞춰주고 아첨한다는 의미의 便辟입니다. 여기서 플러스의 벗으로서 직우(友直)의 의미가 뚜렷해집니다. 나의 허물과 단점을 봤을 때 그걸 못 본 척하는 게 아니라 일깨워주는 존재입니다.


둘째 선유(善柔)한 친구입니다. 한자의 뜻을 그대로 새기면 착하고 부드러운 친구라는 뜻 같지만 아닙니다. 너무 착해 빠져 가지고 줏대 없이 이리저리 휘둘린다는 뜻입니다. 플러스의 벗으로서 양우(諒友)의 가치가 확인됩니다. 뚜렷한 신념을 갖고 난관 속에서도 그걸 성실히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기에 믿음이 가는 친구인 것입니다.


셋째 편녕(便佞)한 친구입니다. 한자 뜻은 말만 앞세워 아첨한다는 뜻입니다. 말로는 모든 것 잘할 것 같지만 실속이 없다는 뜻입니다. 이제 다문우(多聞友)의 뜻이 명확해집니다. 그냥 많이 들어서 아는 게 많은 친구가 아니라 실천적 지식으로 무장한 친구입니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말한 프로네시스를 갖춘 벗인 것입니다.


공자의 가르침은 이런 식입니다. 그냥 툭 던지는 말 같은데 곱씹어 봐야 그 진가를 알 수 있습니다. 현대인이 좋아하는 돌직구형이 아닙니다. 차곡차곡 그 의미를 쌓아가야 진정한 메시지가 손에 잡힙니다. 좋은 친구의 기준이 어찌 저 세 부류만 있겠습니까. 공자가 저 말을 할 때 분명 상대가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그 상대에게 꼭 필요한 친교를 일깨워주려 했을 겁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공자 왈'만 단독으로 등장하는 글에선 그 상대가 누구인지가 포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가르침의 생동감이 살아나지 못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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