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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Nov 28. 2020

'축구의 신'도 죽을까?

2020년 11월 26일

아르헨티나의 축구영웅 디에고 마라도나가 11월 25일 아까운 나이로 숨졌다. 탁월한 축구실력이란 빛과 엇나간 돌출 행동과 사생활이란 어둠이 공존하는 문제적 인물이었다. 분명한 것은 포클랜드 전쟁에 패했던 아르헨티나 국민에게 승전국 영국을 대표하는 잉글랜드를 꺾고 월드컵 우승이란 벅찬 감동을 선물한 '리틀 빅 히어로'라는 것이 우민의 생각이다. 


어떤 이들은 그런 마라도나와 펠레를 비교하며 펠레가 '축구황제'라면 마라도나는 '축구의 신'이라고 표현한다. 마라도나가 한수 위라는 소리다. 한데 이런 식의 농반진반의 이야기는 외국에선 잘 나오지 않는다. 우민은 혹시나 해서 영미권 언론의 마라도나의 오비추어리  “god of soccer’란 표현이 있나 검색해봤다. 마라도나가 자신의 핸드볼 파울을 미화한  ‘hand of god’이란 용어만 검색될 뿐이었다. 그럼 마라도나가 축구의 신이란 표현은 도대체 어떻게 나오게 된 걸까.


우민의 생각에 어떤 분야의 최고수에게 신(god)이란 칭호를 붙이는 것은 일본식 세계관의 산물이다. 일본에선 모든 만물에 신이 깃든다는 원시적 애니미즘이 여전히 강고하다. 그런 온갖 종류의 신들을 모신 일본 신사가 전국에 8만 개가 넘는 이유다. 거기에 모시는 '가미(神)'는 우리가 아는 신이라기보다는 만물에 깃든 영적인 존재 가깝다. 우리 전래동화 속 산신령과 유사한 존재다.  


문제는 이런 애니미즘의 세계관이 일본이 만든 만화와 게임을 통해 확산되면서 야구의 신, 축구의 신, 요리의 신이란 식으로 확장되는 데 있다. 기독교 문명권이나 이슬람 문명권에서 신이란 유일무이한 존재이기에 함부로 인간에게 붙이지 않는다. 다신론적 세계관에선 문제없지 않나고 생각할 수 있지만 거기에서도 신은 인간의 한계인 생사의 문제를 뛰어넘는 불멸의 존재라는 점은 같다.


뭐 재미 삼아 마라도나와 브라질의 펠레를 두고 누가 더 대단한 스타이냐를 얘기하다가 축구의 신 운운하는 것까까지 뭐라 할 순 없다. 하지만 언론이 축구의 신이란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문제다. 우선 일본식 세계관을 무의식적으로 차용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둘째, 신이면 불멸의 존재여야 하는데 그 신이 죽었다고 하면 앞뒤 안 맞는 소리가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펠레를 경쟁자로 생각하는 마라도나 팬들에게도 문제가 발생한다. 신으로 여긴 마라도나가 죽어버렸기 때문에 아직 살아있는 펠레만 더 대단한 존재가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그냥 최고의 축구스타,  축구의 지존이란 표현으로 충분하다. 만일 그에 해당하는 축구황제란 표현을 펠레가 선점해 싫다면 축구의 교황은 어떨까? 마라도나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로 유명했고 여러 교황과 친분을 나눈 것으로도 유명했으니. 




 #우민은 제멋대로 지어   별호입니다 본명이 한자로 '현명한 재상'이란 거창한 뜻을 담고 있습니다그래서 반대로 그저 ' 하나의 백성(又民)' 뿐이며 '어리석은 백성(愚民)'이자 '근심하는 백성(憂民)' 불과하다는 뜻을 담아 지어 봤습니다. '우민일기'  글이 전지적 작가 시점에 가까운 '맨스플레인' 많다는 생각에  자신을 3인칭으로 객관화하려는 글쓰기 시도입니다제가 결론을 끌어내기보다는 여러분의 참여를 끌어내는 질문을 던지는데  치중하려고 합니다많은 응답과 질정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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