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행을 실천으로 답하다

15편 위령공(衛靈公) 제6장

by 펭소아

자장이 어떻게 하면 실행되게 할 수 있는지를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말은 충실하고 믿음직스러워야 하고, 행동은 돈독하고 정중해야 한다. 그러면 이민족의 나라에서도 실행될 수 있다. 말이 충실하거나 믿음직스럽지 못하고 행동이 돈독하거나 정중하지 못하면 자신이 사는 동네라 한들 실행될까? 서 있으면 그것(言忠信 行篤敬)이 눈앞에 나란히 쓰여 있는 듯이 보고, 수레를 타면 그것이 수레의 가로대에 적혀 있는 것처럼 봐야 실행되게 할 것이다.” 자장은 그 여섯 글자를 허리띠에 써뒀다.


子張問行.

자장문행.

子曰: “言忠信, 行篤敬, 雖蠻貊之邦, 行矣. 言不忠信, 行不篤敬. 雖州里, 行乎哉!

자왈 언충신 행독경 수만맥지방 행의 언불충신 행부독경 수주리 행호재

立則見其參於前也, 在輿則見其倚於衡也, 夫然後行.“

입즉견기참어전야 재여즉견기의어형야 부연후행

子張書諸紳.

자장서저신




행동파인 자장다운 질문입니다. 문행(問行)의 글자 그대로의 뜻은 ‘행하는 것에 대해 묻다’입니다. 여기서 행(行)을 ‘실천하다’로 새기면 수제파요, ‘제도나 명령이 실행되다’로 새기는 것은 치평파라 할 수 있습니다. 공자의 답을 봤을 때는 역시 치평파인 자장다운 물음에 대한 답이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행의 목적어를 ‘조정의 명령’을 뜻하는 조령(朝令)이라고 구체적으로 풀었습니다. 그래서 행을 ‘통하다’로 의역하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엔 행(行)의 원뜻이 흐려지는 약점이 있습니다.


그 답은 수제와 치평의 접점으로서 어짊(仁)을 끌어낸 공자답습니다. 조령의 대상으로서 백성에 대한 조치를 말하지 않고 조령의 주체로서 군자의 언행을 강조합니다. 충실하고 믿음직스러운 말과 도탑고 정중한 행동으로 백성으로부터 믿음을 얻는 것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언행은 예(禮)의 외형을 형성하는 것이니 곧 백성의 눈에 비치는 것입니다. 그것이 충신하고 독경하면 백성은 절로 군자의 명에 순종하고 그 이행에 힘쓰게 된다는 것입니다. 다스림의 대상으로서 백성의 실행을 물었건만 다스림의 주체로서 군자의 실천으로 답하는 것, 이것이 공자 인(仁)사상의 골자이자 예치(禮治)의 핵심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때 실행의 영역으로서 만맥(蠻貊)과 주리(州里)가 대조적으로 등장합니다. 만맥은 남쪽 오랑캐를 뜻하는 만(蠻) 동쪽 오랑캐인 맥(貊)의 합성어이니 곧 이민족의 영역을 뜻합니다. 주리는 중국의 지방제도 중 최대 단위로 2500가(家)를 묶어서 말하는 주(州)와 최소 단위로 25가를 묶어서 말하는 리(里)의 합성어입니다. 즉 언어와 풍습이 같은 동족의 영역입니다. ‘언충신 행독경’의 여섯 글자를 행동강령으로 삼아서 실천하면 동족과 이민족 구별 없이 나라의 명이 원활히 실행될 수 있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마지막 구절은 그렇다면 군자로서 언충신과 행독경을 어떻게 습성화할 수 있느냐는 구체적 실천론입니다. 말과 행동을 할 때 그 여섯 글자가 바로 눈앞에 쓰여 있는 것처럼 여겨야 제대로 된 실천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공자시대 탈 것의 대명사인 수레의 가로대를 형(衡)이라 합니다. 이 형에 매단 끈을 마소의 등에 씌운 멍에와 연결해 수레를 끌게 하는 것입니다. 그 형에 기대 세로로 세워진 목판에 그 여섯 글자를 새겨 놓은 것처럼 여기라는 표현은 공자가 애용한 ‘수레 비유’의 하나입니다. 2편 ‘위정’ 제22장에도 사람의 믿음을 얻는 것을 수레의 구조에 빗대어 표현한 대목이 등장합니다.


이는 17편 ‘양화’ 제2장에서 공자가 말한 ‘성상근 습상원(性相近 習相遠)’의 연장선에 있는 발언이라 할 만합니다. 놀라운 것은 이를 들은 자장의 행동입니다. 스승의 말을 그대로 실천하기 위해 ‘언충신 행독경’의 여섯 글자를 예복의 헐렁한 큰 허리띠(紳) 안쪽에서 써서 항상 눈에 띄게 했으니 공자의 가르침을 바로 실천과 연결 지은 것입니다. 공자다운 가르침에 대한 자장다운 실천으로 답한 것이니 그 스승에 그 제자라 할 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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