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는 장유유서를 말하지 않았다

14편 헌문(憲問) 제32장

by 펭소아

미생무가 공자에게 말했다. “구(丘:공자의 이름)야! 무엇 때문에 안절부절 동분서주하는 것이냐? 그럴듯한 말재주로 세상을 속이려는 것 아니냐?“

공자가 말했다. “감히 말재주로 세상을 속이려는 게 아닙니다. 고집불통이 싫을 뿐입니다.”


微生畝謂孔子曰: “丘! 何爲是栖栖者與? 無乃爲佞乎?”

미생무위공자왈 구 하위시서서자여 무내위녕호

孔子曰: “非敢爲佞也. 疾固也.”

공자왈 비감위녕야 질고야



미생무(微生畝)라는 인물이 누구인지에 대한 기록을 찾기 어렵습니다. 공자를 그 이름으로 부르는 것으로 봐서 공자의 고향 어르신쯤으로 보는 추론은 타당합니다. 또 5편 ‘공야장’ 제24장에 등장하는 미생고(微生高)와 ‘장자’의 미생지신(尾生之信) 우화에 등장하는 미생(尾生)과 동일인이라는 추론도 굳이 배제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둘 다 노나라 사람으로 고지식한 인물의 대명사로 등장합니다. 미생고는 정직함의 화신이고 미생은 다리 아래서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기로 한 약속을 무리해서 지키려다 물에 빠져 죽었다는 고지식한 사람입니다.


미생무라는 한자어를 뜯어보면 성에 해당하는 미생(微生)은 ‘자잘한 인생’이란 뜻입니다. 이름에 해당하는 무(畝)는 전답의 면적 단위로 ‘백 걸음의 거리’를 말합니다. 그러니 결국 태어난 곳에서 백보 거리를 벗어나 보지 못한 속 좁은 사람을 암시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따라서 당대의 고정관념에 갇혀 공자의 포부와 꿈을 이해하지 못한 탓에 잔소리만 해대는 노나라 꼰대에 대한 통칭으로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어딜 가나 꼰대는 나이 많은 것을 훈장처럼 여기고, 자신의 제한된 경험과 식견을 절대 진리로 알며, 상대의 말에 귀 기울일 줄 모릅니다. 원운의 서서(栖栖)는 '바라는 대로 되지 않아 마음이 조급하고 바쁜 모양‘을 뜻합니다. 한 마디로 뭔가 뜻대로 이뤄지지 않아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허둥지둥 대는 것이 말재주를 부려 입신출세하려고 발버둥 치는 거 아니냐고 놀려댄 것입니다.


이런 말 듣고 좋아할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우리의 공자가 어떤 사람입니까? 윗사람에게 공손하게 예로 대해야 한다 역설한 사람 아닙니까. 그래서 어른 대접을 하며 공손하게 답합니다. “제가 감히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저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되기 싫어서 그런 것뿐입니다.”


태도나 어조는 공손할지언정 그 말에 뼈가 있습니다. 원문에는 고(固)라고 나오니 고루함 또는 고집불통이란 뜻이니 미생무라는 이름과 기막히게 공명합니다. 다시 말하면 “당신처럼 우물 안 개구리 신세가 되기 싫어서 동분서주할 뿐입니다"라고 받아친 겁니다. 거침없이 할 말은 다한 겁니다.


사람들은 유가의 핵심 가르침인 삼강오륜이 공자의 가르침인 줄 오해합니다. 공자는 ‘삼강오륜’을 말한 적이 없습니다. 삼강오륜은 한무제 때 유교를 국교화한 동중서가 공맹의 가르침을 제국의 입맛에 알맞게 수직적 위계구조를 합리화하기 위해 제정한 것입니다. 이때 그가 참조한 것은 공자가 아니라 맹자입니다.


공자의 가르침을 손자인 자사가 정리한 것으로 알려진 '중용'에서 삼도(三道)와 오도(五道)가 등장하긴 합니다. 삼도는 지인용(知仁勇)을 의미하기에 삼강과 전혀 다릅니다. 오도는 임금과 신하, 아버지와 아들, 남편과 아내, 형과 동생 그리고 친구 사이에 따라아 할 원리가 있다고 한 것입니다.


공자가 부모 삼년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효를 강조한 점은 분명합니다. 그러나 임금에 대해선 충실하게 대하라고 했을 뿐 충신불사이군(忠臣不事二君) 같은 걸 말한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속이지는 말되 (잘못이 있을 땐) 대차게 따지고 들어라”(14편 헌문 제20장)라고 격려한 사람입니다.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표현은 공자가 아니라 맹자가 꺼내 든 것으로 '맹자'에는 유독 그와 관련된 내용이 많이 등장합니다. 공자가 말한 오도를 자신의 도덕심성학으로 재해석하면서 우애를 대신해 상하질서를 강조하는 권위주의적 내용을 삽입한 것입니다. 반면 공자는 그저 윗사람에게 온화한 표정으로 공손히 대하라고 상식적 수준에서 말했을 뿐입니다. 미생무와 이 대화에서도 드러나듯 오히려 공자의 가르침은 “윗사람에게 공손한 표정과 태도를 짓되 헛소리를 지껄이거나 망령된 행동을 하면 가차 없이 간하고 비판하라”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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