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의 재주가 아깝다 생각되거든

14편 헌문(憲問) 제30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자신에게 그만한 능력이 없는 것을 걱정하라.”


子曰: “不患人之不己知, 患其不能也.”

자왈 불환인지불기지 환기불능야



제가 다니던 신문사에 입사한 뒤 제가 놀란 것 중 하나는 세상을 잘못 만난 불우한 천재가 너무도 많다는 것이었습니다. 술만 마시면 자신의 재주를 알아주지 못하는 조직과 세상을 한탄하는 분들로 넘쳐났습니다. 저마다 잘 났고 저마다 똑똑한데 그걸 알아주는 이가 없다는 자폐적 풍토병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글재주로 과거 급제하는 것이 입신양명의 바로미터였던 조선왕조가 500여 년 만에 무너진 뒤 차마 총독부 관료는 될 수 없어 월급쟁이 기자로 그 흉내나 내며 살아야 했던 일제강점기부터 면면히 내려온 전통 아니었나 싶습니다. 일제강점기가 끝나고 민족동란의 홍역을 치르고 군사독재가 무너진 뒤에도 공자가 한탄했던 나르시시즘의 병폐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던 겁니다.


그때마다 ‘논어’의 이 구절이 생각났습니다. 일신의 재주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공자만 했을까요? 1000년의 역사를 꿰뚫고 당대의 문제를 풀어낼 지식과 대안을 갖췄다 그토록 자부했던 이가 상갓집 개 신세를 천하를 떠돌다 결국 이룬 거 하나 없이 고향으로 터벅터벅 돌아오면서도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과연 그에 걸맞은 능력을 갖췄는지를 돌아보라”고 일갈했던 걸 2500년 뒤 사람들은 여전히 못 좇아가고 있었습니다.


물론 그런 분들 중 회사를 나간 뒤 오히려 더 빛을 본들도 계십니다. 그러나 '불환인지불기지'의 경지에 올라선 분은 없었던 듯합니다. 혹여 자신의 재주와 능력이 빛을 발하지 못해 너무 안타까운 분이 계시다면 고개를 들어 공자를 보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특히 공자가 ‘논어’에서 6차례나 변주했던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은 것 때문에 성내거나 근심하지 말라” 테마 중의 바로 이 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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