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공아 시간 좀 있냐? 시간 있으면…

14편 헌문(憲問) 제29장

by 펭소아

자공이 사람들을 견주어 비교했다. 공자가 말했다. “단목사야, 현명도하구나! 나는 그럴 겨를이 없는데.”


子貢方人. 子曰: “賜也, 賢乎哉! 夫我則不暇.”

자공방인 자왈 사야 현호재 부아즉불가



‘방인(方人)’은 여러 해석이 가능합니다. 사람을 흉내 낸다는 뜻도 되고 사람을 견주어 비교한다는 뜻도 됩니다. 사람에 대한 관찰력과 통찰력이 좋았던 자공이니 누군가의 특징을 잡아서 흉내 내 좌중의 웃음을 살 수도 있었을 겁니다. 아니면 번뜩이는 재치를 과시하려고 다양한 인물에 대한 촌철살인의 품평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실제 사마천이 쓴 ‘중니제자열전’이나 왕숙이 편집한 ‘공자가어’에는 공자 제자들에 대한 자공의 다양한 인물평이 여럿 등장합니다. 심지어 공자가 편찬한 ‘춘추’를 풀이한 ‘춘추좌전’에도 자공의 인물평이 빠지지 않습니다.


눈치 빠른 자공이 공자 앞에서 그러진 않았을 겁니다. 출사하기 전이면 동학들을 즐겁게 해주거나 후학에게 공문에 대한 자부심을 갖으라는 차원에서 그랬을 것입니다. 출사한 뒤라면 다른 대부들의 기선제압을 위해서 아니면 자신의 내공이 어느 정도인지를 상대에게 각인시키기 위하여 현란한 인물 품평을 펼쳤을 것입니다. 이를 직접 목격하진 못했다 하더라도 자공이 그 방면에 재주자 출중하다는 이야기가 공자 귀에도 들어갔을 것입니다.


아마 맹자나 주자였다면 그런 제자를 불러다 엄중하게 꾸짖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인격 수양하고 학문 닦을 시간도 부족하거늘 어찌 경망스럽게 다른 사람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떠들고 다닌다는 말이냐? 군자가 되려거든 자중하고 학업에 더 정진토록 하거라!”


하지만 공자는 달랐습니다. 자기 자신과 비교를 통해 한편으론 자공의 재주를 높이 치켜세워주면서 다른 한편으론 “남 얘기에 그리 관심 기울일 정도면 너 자신의 내면 공부에는 자신이 있나보네?”라고 슬쩍 핀잔을 준 겁니다. 제자로서 어찌 뜨끔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지만 그게 정색하고 하는 비판이 아니라 농반진반이 섞인 핀잔이었기에 자공으로선 더 고개를 숙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 관점에서 저는 이 장면을 자공이 남 흉내 잘 내는 재담꾼이었고 그런 제자에게 일침을 가하는 공자 역시 은근한 해학가로 포착하고 싶습니다. 재주가 남다른 모범생이 쉬는 시간에 동급생들에게 선생님들 흉내 내며 익살을 부리는 것을 본 담임선생님이 "우리 자공이가 재주가 용하네? 다음엔 잊지 말고 이 선생님 흉내 함 내봐라, 안 웃기면 혼날 각오 단단히 하고"라고 슬쩍 경고를 주는 '얄개시대'의 한 장면처럼 말이죠. 아니면 "자공이는 시간이 많은가 봐, 그 시간에 선생님한테 개인교습 좀 받을까?"라고 놀려먹는 식으로 말이죠. 그게 바로 지극히 인간적 마이스터로서 공자의 매력 아니었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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