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편 헌문(憲問) 제23장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위로 통달하고, 소인은 아래로 통달한다.”
子曰: “君子上達, 小人下達.”
자왈 군자상달 소인하달
통달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사물이나 이치, 지식, 기술 따위를 훤히 알거나 능란하다’입니다. 원문에는 달(達)만 등장하는데 12편 ‘안연’ 제20장에서도 달(達)이란 표현이 등장합니다. 문맥상 안연 편 제20장의 달은 벼슬, 명성, 덕망이 높아서 이름이 세상에 드러난다는 뜻의 현달(顯達)로 새기는 것이 맞고 이 장의 달은 통달로 새기는 것이 더 적절치 않나 싶습니다.
이 장에서 문제는 위로 통달한다는 것과 아래로 통달한다는 것의 구체적 의미 차이입니다. 보통 전자를 하늘의 뜻이나 도(道) 같은 고매한 것과 연관 짓고 후자는 천박하고 비루한 것과 연관 짓거나 추락과 타락의 이미지로 그려냅니다. 하지만 소인은 ‘못난 사람’이 아니라 ‘보통 사람’입니다. 군자가 탁월한 사람이라 하여 그와 대비되는 소인이 반드시 못난 사람일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평범한 장삼이사(張三李四)만 되도 군자와 대비를 이루기 때문입니다.
중국 양(梁)나라 학자 황간(皇侃‧488~545)이 집필한 ‘논어의소(論語義疏)’는 이를 ‘군자는 인의(仁義)에 통달하고 소인은 재물과 이익(財利)에 통달한다’로 풀었습니다. ‘상달=인의, 하달=이재(理財)’로 본 것입니다. 공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부합하는 해석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를 좀 더 심화시키면 상달은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요, 하달은 현실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상달은 mastering the celestial matter, 하달은 mastering the terrestrial matter라고 할 수 있을까요?
현대적 감각을 좀 더 가미한다면 상달은 과거 현재 미래를 꿰뚫는 고차원적 지혜를 갖췄다는 의미에서 영어로 wise 또는 insightful로 풀어낼 수 있을 겁니다. 또 하달은 세상 물정에 밝다는 의미에서 영어로 streetwise 또는 street-smart쯤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군자는 추상성이 높은 고차원적이고 심원한 문제 해결에 매달리는 사람이라면 소인은 현실세계에서 부딪히는 일상의 문제에 잘 대처하는 사람으로 규정한다고 해서 공자 가르침이 빛바래질 리 만무하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