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가 잘못을 저질렀을 때

14편 헌문(憲問) 제22장

by 펭소아

자로가 군주를 섬기는 것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속이지 말고 대차게 들이받아라.”


子路問事君. 子曰: “勿欺也, 而犯之.”

자로문사군 자왈 물기야 이범지



공자의 실천적 지혜(프로네시스)가 단순한 처세술에 머물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후대의 유가 사상가들은 충효를 강조하다 보니 군주의 허물을 대놓고 비판하는 것에 대해 유보적 태도를 보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간(諫)하더라도 임금의 역린을 건드려선 안 된다거나 때와 상황을 봐가며 하라는 겁니다. 이는 진시황을 필두로 한고조, 수양제, 명태조처럼 사람 목숨을 파리처럼 여기는 황제들이 끊임없이 등장한 후유증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임금의 잘못을 거침없이 간하라는 발언의 원조인 공자에겐 그런 좌고우면이 보이지 않습니다. 공자 제자 중 최강 돌직구형이라 스승에게도 따지고 들기를 잘했던 자로가 군주를 섬기는 법을 묻습니다. 자로의 성정을 잘 아는 공자이기에 그런 자로의 성정을 달랠 법한 가르침을 줄만 합니다. 하지만 마치 그런 자로의 어깨를 두드리며 “평소의 너와 똑같이 대차게 들이받아라”라고 말합니다.


속이지 말라는 건 뭐를 뜻할까요? 임금의 허물을 감춰주거나 모른 척하지 말라는 겁니다. 임금이 아무리 “내 귀에 캔디!”를 요구해도 교언영색(巧言令色)과 곡학아세(曲學阿世)의 아부를 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임금은 물론 자신에게도 충신(忠信)한 자세로 임하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서 "임금(之)을 범(犯)하라"고까지 말합니다. 보통 범하다는 표현을 쓰면 굴욕감을 안겨주라는 뜻이니 "밟아버려!"라고까지 해석이 가능합니다. 정말 대찬 표현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표현의 강도가 너무 세기에 많은 주석서는 이를 ‘임금의 안색을 거스른다’는 뜻으로 중화시킵니다. 임금의 안색에 불편함 내지 노기가 역력하더라도 두려움 없이 간하라는 것입니다. 그보다는 임금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는 대차게 대들어라 내지 인정사정 두지 말고 따지고 들어라고 새기는 것이 적절할 듯싶습니다.


도대체 공자는 뭘 믿고 이런 말을 한 걸까요? 공자는 “충신은 두 임금을 섬기지 않는다 ” 따위의 말을 한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그의 가르침은 “임금을 섬길 때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게 처신하라”에 가깝습니다. 공자의 생애를 보면 “임금의 잘못이 있으면 거침없이 간하라. 여러 차례 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고 개전의 정이 없다면 짐 싸서 떠나면 그뿐”에 더 가깝습니다.


공자의 가르침을 '충서(忠恕)'로 요약할 수 있다고 한 사람이 자여(증자)입니다. 이를 임금에 대한 충성과 부모에 대한 효도로 푼 유학자들도 많습니다. 하지만 공자가 말한 충의 대상은 임금이나 굴원이나 정철이 목놓아 불렀던 '님' 같은 타자가 결코 아닙니다. 그 대상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자신에게 거짓되지 않게 살라는 뜻입니다. 누군가의 신하가 됐다면 못 볼 걸 보고, 못 들을 걸 들었을 때 못 본 척, 못 들은 척하지 말고 그 잘잘못을 반드시 따지고 넘어가라는 것입니다.


물론 예를 중시하는 공자는 반드시 공손한 자세와 곡진한 말로 이를 표명하라고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천하제일의 성인군자인 공자가 분명 이렇게 말했음을. “윗사람의 잘을 못 본 척하거나 외면하지 말고 대차게 들이받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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