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시대의 지침

14편 헌문(憲問) 제20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큰소리치는 것을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그 말을 실천하기가 어렵다.”


子曰: “其言之不怍, 則爲之也難”

자왈 기언지부작 즉위지야난



원문 그대로 해석하면 “그런 말을 내뱉은 걸 부끄러워할 줄 모르면 그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 어렵다”입니다. 공자가 언어 자체를 불신하고 말 잘하는 사람을 싫어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구절로 읽힐만합니다. 눌언민행(訥言敏行)의 테마입니다.


하지만 공자는 인간과 인간을 연결해주는 징검다리로서 언어의 힘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말로 표현할 수 있는 도는 이미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라는 도가와 달리 사람들을 말로써 설득하고 가르치는 일을 평생 멈추지 않았습니다. ‘논어’의 최후를 장식하는 장에서 “언어를 알지 못하면 인간을 이해할 수 없다”고 천명한 이유도 거기에 있습니다. 저는 이를 언행일치(言行一致)의 테마로 부릅니다.


이 장 역시 언행일치의 테마로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지키지도 못할 약속, 실천할 수 없는 말을 함부로 내뱉지 말라는 취지로 해석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말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큰소리치는 걸 부끄러워할 줄 모른다는 의역을 감행했습니다.


말을 꺼내면 그에 부합하게 행동해야 하는데 그걸 지키지 못할 걸 알면서도 큰소리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해석한 것입니다. 남 이야기할 땐 서릿발 같으면서 자기 이야기할 땐 봄바람 같은 ‘내로남불’의 시대 더욱 뼈 아프게 새겨 들어야 할 가르침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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