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와 자로의 브로맨스

14편 헌문(憲問) 제12장

by 펭소아

자로가 사람 꼴을 갖춘 사람(成人)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장무중의 지혜와 맹공작의 사심 없음과 변장자의 용기와 염구와 같은 재주, 여기에 예악으로 빛을 낸다면 사람 꼴을 갖췄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오늘날 사람 꼴을 갖춤에 반드시 그럴 필요까지 있을까? 이익 앞에서 의리를 생각하고, 위험 앞에서 목숨 바칠 수 있으며, 한번 약속한 것을 평생 잊지 않는다면 이 또한 가히 사람답다 할만하도다.”


子路問成人.

자로문성인

子曰: “若臧武仲之知, 公綽之不欲, 卞莊子之勇, 冉求之藝, 文之以禮樂, 亦可以爲成人矣.”

자왈 약장무중지지, 공작지불욕, 변장자지용, 염구지예, 문지이예악, 역가이위성인의.”

曰: “今之成人者何必然? 見利思義, 見危授命, 久要不忘平生之言, 亦可以爲成人矣!”

왈 금지성인자하필연 견리사의 견위수명 구요불망평생지언 역가이위성인의



우리말로 사람들이 선망하는 사람을 세 부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재주 많고 능력 좋아 출세한 ‘난 사람’, 공부를 많이 머리에 든 게 많은 ‘든 사람’, 타인을 배려하는 좋은 인성을 갖춘 ‘된 사람’입니다. 이를 공자의 표현에 따르면 ‘난 사람’은 대인(大人), ‘든 사람’은 지자(知者), ‘된 사람’은 인자(仁者)라 할 만합니다.


그런데 자로는 왜 인자가 아닌 성인에 대해 물었을까요? 공자가 말하는 인자의 수준이 너무 높아서 그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제법 사람 꼴을 갖춘 사람’이라 부르려면 어느 정도 사람이 돼야 하느냐는 차원에서 질문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사람답다’로도 풀어봤습니다.


공자가 속으로 ‘이 놈 봐라?’라는 생각을 할 법 한 도발적 질문입니다. 그래서 역사상의 인물이 아니라 자로가 알 법한 노나라 사람의 예를 들어 설명합니다. “똑똑하기론 장무중 정도, 욕심이 없기론 맹공작 정도, 용감하기론 변장자 정도, 재주 많기론 염구 정도, 음 여기에 예악까지 교양으로 갖춘다면 금상첨화 아니겠느냐?”


여기서 언급한 인물은 모두 노나라 사람입니다. 노나라 대부 중에서 공자가 가장 높이 평가한 유하혜는 빠져 있습니다. 그만큼 눈높이를 낮춘 것입니다. 그러니까 “그 정도면 봐줄 만하지”라는 차원에서 자로가 익히 알만 한 사람들을 언급한 것입니다.


장무중은 앞서 언급했듯이 인격적으로 설익긴 했지만 제법 날카로운 지성의 소유자입니다. 공작은 맹공작(孟公綽)을 말하니 맹손 씨 가문의 인물로 사심이 없기로 유명했던 듯 합니다. 맹손 씨의 7대 종주인 맹효백 때 그 아래서 활약한 인물입니다. 변장자는 노나라 변읍(卞) 땅을 봉지로 받은 대부로 호랑이 두 마리를 싸움 붙여 힘을 빼놓고선 맨손으로 때려잡았다 할 만큼 용력이 뛰어난 것(‘전국책’)으로 전해집니다. 제나라가 노나라를 칠 때 변장자를 꺼려서 변 땅을 피해 갔다(‘순자’)는 말이 전해지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는 공자보다 한두 세대 위의 인물입니다. 생각이 여기에 미친 공자는 자로의 동시대 인물인 염구(염유)를 떠올립니다. 염유는 자로와 더불어 정무를 맡기기에 뛰어나다고 공자가 손꼽은 인물입니다. 자로가 우직한 성품이라면 염유는 다재다능한 인물이었습니다. 그래서 자로의 부족함을 일깨우려고 염유의 재주(藝)를 언급한 것입니다. 여기서 예는 공자학단에서 가르친 육예(六藝)를 말하니 선비가 갖춰야 할 재주를 두루 갖췄다는 의미입니다.


여기서 끝낼까 하다가 울그락불그락 해진 자로의 얼굴을 보고 더 골려주고 싶었나 봅니다. 그래서 자로의 최대 약점인 예악 얘기를 꺼냅니다. 자로는 거문고 연주 실력이 형편없어 공자에게 대놓고 구박을 받은 인물입니다. 그래서 "예악으로 문채(文彩)까지 갖추면 더 좋고"라는 말을 곁들인 것입니다.


그다음에 등장하는 왈(曰)에는 주어가 빠져 있습니다. ‘논어’에선 보통 이런 경우 공자의 말로 봅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자로의 성품에 부합하는 말입니다. 그래서 자로가 공자의 발언에 대해 일종의 항변을 한 것으로 보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앞선 말로 자로를 골려먹던 공자가 수제자의 체면을 생각해 “너 정도면 충분히 사람 꼴은 갖췄다고 할 수 있다”고 격려해준 말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자로를 아낀 공자의 마음이 담긴 글로 읽으면 품격이 더욱 살아납니다. “그렇지만 오늘날 사람 꼴 갖춘 사람이 꼭 그렇게까지 모든 걸 두루 갖출 필요가 있겠느냐. 너처럼 이익 앞에서 의리를 생각하고, 위험 앞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한번 뱉은 말을 평생 잊지 않고 소중히 간직한다면 또한 사람다운 사람이라 부를만하지 않겠느냐?”


보이십니까? 스승이 자신을 골려 먹는 것에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하던 상남자 자로가 스승의 그 마지막에 말에 한껏 고무돼 얼굴을 붉히며 어쩔 줄 몰라하는 것이. 자로가 평생 목숨 바쳐 모실만한 공자의 진면목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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