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 있으면 말 잘하고, 어질면 용감하나니

14편헌문(憲問)제4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덕 있는 사람은 반드시 들을만한 말을 하지만 말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덕을 갖춘 건 아니다. 어진 사람은 반드시 용기가 있지만 용기 있는 사람이 반드시 어진 것은 아니다.”


子曰: “有德者必有言, 有言者不必有德. 仁者必有勇, 勇者不必有仁.”

자왈 유덕자필유언 유언자불필유덕 인자필유용 용자불필유인



공자가 말 잘하는 사람을 싫어하거나 미워한 것이 아님을 반증하는 구절입니다. 덕 있는 사람은 귀 기울여 들을 말을 남긴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번드르르하게 말만 잘하고 덕이 없는 사람, 주로 아부꾼들을 미워했지만요.


여기선 덕(德)과 도(道)가 아니라 덕과 인(仁)이 비교의 대상으로 등장합니다. 되풀이해 말씀드리지만 덕은 타자를 배려하는 마음의 크기를 말하고 도는 타자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전자가 개인적 인격 수양이라면 후자는 집단적 리더십의 함양을 뜻합니다. 인은 그런 덕과 도를 두루 겸비한 것을 뜻합니다.


따라서 유덕자(有德者)는 타자를 배려하는 인격수양을 갖춘 사람이라면 어진 사람은 그런 유덕자가 정치적 리더십까지 갖춘 것을 말합니다. 유가에선 도를 깨친 사람을 뜻하는 도인(道人)이나 득도자(得道者)라는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덕과 도를 두루 갖췄다하여 보통 인자(仁者)라고 부릅니다.


그럼 공자는 왜 유덕자를 유언자와 대비시키고, 어진 사람(인자)을 용기 있는 사람(용자)과 대비시킨 걸까요? 후대의 유학자들처럼 제자들도 자주 이를 혼동하기 때문입니다. 덕 있는 사람은 보통 말이 느리고 행동이 빠르다(눌언민행)고 했더니 유덕자는 말 잘 못하는 사람이고, 말 잘하는 사람은 덕이 부족하다고 여기는 경우가 생겨서입니다.


또 백성을 긍휼히 형기는 사람이 어질다고 강조하다 보니 어진 사람은 과감하지 못하고 우유부단하다고 착각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정의감이 남달라 남들이 주저할 때 앞장서서 행동하는 사람에 대해선 인자함이 부족한 것 아니냐고 여기는 경향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유덕자는 쓸 데 없는 말을 많이 하지 않지만 조리 있는 말을 잘하는 사람이며 인자는 불의한 상황을 보면 과감히 행동에 나설 줄 아는 사람임을 깨우쳐준 것입니다. 쉽게 말해 “덕 있는 사람은 말을 잘하고, 어진 사람은 용기 있게 행동할 줄 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는 반드시 성립한다고 말할 수 없다”인 것입니다.


공자 제자 중에 이 말을 듣고 흐뭇하게 웃고 있을 두 사람이 떠오릅니다. 말 잘하는 유덕자의 애기를 듣고 자공이 회심의 미소를 지었을 것이고 용기 있는 인자 얘기를 듣고 자로가 너털웃음을 터드리지 않았을까요? 물론 공자는 "내가 마음 속에 둔 인물은 따로 있느니라"라며 어김없이 핀잔을 날렸을 겁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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