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편 자로(子路) 제27장
공자가 말했다. “강직하고 굳세며 질박하면서 과묵한 것이 어짊에 가깝다.”
子曰: “剛毅木訥, 近仁.”
자왈 강의목눌 근인
어진 사람은 단순히 덕 있는 인격자를 말하는 게 아닙니다. 인품뿐만 아니라 정치적 지도력까지 뛰어난 사람이 어진 사람입니다. 덕과 도를 함께 갖춘 그런 사람은 과연 어떤 덕목이 두드러져 보일까요? 공자가 여기서 말하는 덕목이 바로 그에 해당합니다. 인간의 여러 성품 중에서 어짊과 관련된 성품 내지 덕목으로 어떤 것을 꼽을 수 있느냐에 대한 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공자는 그 특징을 4가지 성품에서 찾았습니다. 강(剛)과 의(毅)는 둘 다 굳세다는 뜻을 지닙니다. 그런데 구별해 써놨습니다.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강은 강직하다는 뜻으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마음이 꼿꼿하고 올곧다는 뜻입니다. 사리사욕을 챙기기 위해 신념을 바꾸지 않으며 유리함과 불리함에 따라 태도를 바꾸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의(毅)는 뜻한 바를 굽히지 않고 밀고 나가는 의지력이 강한 것을 뜻합니다. 강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력과 관련된다면 의는 결심한 것을 실현해내려는 추진력과 관련된 표현입니다. 전자가 펀치력이 강하다는 취지라면 후자는 맷집이 강하다고 표현할 수 있을 겁니다.
‘나무 목(木)’이 형용사로 쓰일 때는 2가지 중 하나입니다. 목석처럼 뻣뻣하거나 멍청하다는 뜻이 하나고 다른 하나는 소박하다, 질박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선 두 번째 뜻으로 봐야 하니 사람이 꾸밈과 감춤이 없고 화려와 사치를 싫어하며 겉모습보다 내면의 뜻을 더 중시하는 것을 말합니다.
‘말더듬거릴 눌(訥)’은 2가지 뜻이 있습니다. 말솜씨가 없어서 더듬거리며 말한다는 듯과 입이 무겁지만 꼭 해야 할 말은 하기에 진중하다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당연히 두 번째를 뜻합니다. 재잘재잘 떠들어대지 않을 뿐 입을 열면 조리 있게 말을 잘하기에 함부로 얕볼 수 없다는 소리입니다.
이렇게 그 뜻을 음미해보면 강직함과 굳건함은 지도자로서 꼭 필요한 덕목이라는 걸 깨닫게 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 갖춰야 할 덕목이 강직함이라면 목표한 바를 이루기 위한 불굴의 추진력이 굳건함입니다. 그에 비하면 질박함과 진중함은 그런 지도력을 갖춘 이들의 일반적 생활태도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직하면서 의지가 굳은 사람들은 보통 질박한 것을 좋아하고 과묵하면서 진중한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강직함과 굳건함은 그러한 덕목이 발휘돼야 하는 상황이 발생했을 때 비로소 판별할 수 있습니다. 반면 질박함과 진중함은 일상에서 관찰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구조주의 언어학자 소쉬르의 표현을 빌려 말하자면 강의(剛毅)가 어진 사람의 기의(記意)에 해당하는 덕목이라면 목눌(木訥)은 그 기표(記標)에 해당하는 덕목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