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게 정치를 맡겨주신다면…

13편 자로(子路) 제10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만약 나를 기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한 달도 괜찮을 것이고, 3년이면 성과가 있을 것이다.”

子曰: “苟有用我者, 朞月而已可也, 三年有成.

자왈 구유용아자 기월이이가야 삼년유성



공자가 이런 자기PR을 했다는 것 자체가 경박하다고 느낀 샌님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유림의 지존이 어찌 이렇게 가볍게 처신하겠느냐는 반응입니다. 그 대응은 둘로 나뉩니다. 첫째는 기월(朞月)이란 기간을 한 달이 아니라 1년으로 늘이는 것입니다. 본디 기(朞)는 한 바퀴가 돈다는 뜻하니 기년(朞年)이면 꽉 채운 1년, 곧 돌을 뜻했습니다. 따라서 기월(期月)은 꽉 채운 한 달을 뜻합니다. 하지만 정치적 성과를 내기에 너무 짧다는 생각에 약속한 달까지 1년을 채운다는 뜻이라며 이를 1년으로 늘여서 해석하곤 합니다.


공자를 너무 신성시한 탓에 벌어진 소극입니다. 나이 오십을 훌쩍 넘겨 천하 주유를 하며 “나를 써 달라”고 14년을 외쳤건만 결국 아무런 성과 없이 칠순이 다 돼 낙향해야 했던 사람의 절박함을 이해하지 못한 책상물림의 해석에 지나지 않습니다. ‘오죽 절박했으면 저런 말까지 꺼냈을까’가 인간적 해석입니다.


그렇다고 공자가 근거 없이 저런 말을 내뱉을 사람은 아니니 분명 구체적 복안이 있었을 것입니다. 한 달이란 짧은 기간에 어느 정도 효험을 보이려면 제도혁신과 인사혁신이 우선되어야 합니다. 공자가 노나라에서 대사구의 자리에 오르고 소정묘(少正卯)라는 가상의 대부를 처형했다는 후대의 기록 역시 한 달 만에 가시적 성과를 보이려면 그런 식의 충격효과밖에 없을 것이란 상상의 산물 아니었나 싶습니다. 공자는 그런 식으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사람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대대적 제도 혁신과 인적 물갈이를 단행함으로써 민심을 휘어잡을 구상은 하고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듭니다.


그 다음 어느 정도 성과가 발생할 것이라고 한 기간을 3년으로 설정한 점은 어느 정도 상식에 부합합니다. 상식적으로 3년이란 세월이 지났는데도 별 성과가 없다면 탄핵을 받고 쫓겨난다 해도 할 말이 없지 않을까요? 다만 제대로 된 임금이 나와도 어진 정치를 완성하는데 30년은 필요하다(12장)나 착한 임금이 100년은 다스려야 잔혹함을 억누르고 사형제도를 폐지할 수 있다(11장)고 한 발언과 단순비교를 하다 보니 3년이란 기한이 너무 기고만장한 발언이란 생각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앞서 살펴봤듯이 12장에서 언급된 30년은 100여개가 넘는 방국으로 구성된 제국에서 그것도 어진 정치가 실현된다는 전제조건이 있습니다. 또 11장에서 언급된 100년은 수체와 치국을 겸비한 어진 임금이 아니라 그저 마음씨 착한 임금이 통치할 경우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반면 공자가 이 장에서 말한 3년이란 기한은 제국이 아니라 그 일부에 불과한 방국이 그 대상이고 어진 정치의 완성이 아니라 어느 정도 나라꼴을 갖추는데 필요한 세월을 말합니다.


따라서 이를 단순 비교하는 자체가 공자의 군자학을 깊이 있게 이해하지 못했다는 반증일뿐입니다. 공자는 여기서 자신이 재상이 되면 어진 정치의 완성을 3년 이내 이루겠다고 허풍을 친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의 직관에 호소할 수 있는 3년이란 세월 안에 '제법 나라다운 나라(成國)'를 일궈낼 자신이 있다고 절박한 마음으로 자기PR을 한 것뿐입니다. 그래서 더욱 인간적인 것입니다. 그럼 그 나라에서 어진 정치가 완성되려면 어느 정도의 세월이 필요하느냐고 물었다면 뭐라고 답했을까요? 최소한 그 세 배가 되는 10년은 필요하다고 하지 않았을까요? 물론 이는 제 뇌피셜에 불과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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