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편 자로(子路) 제11장
공자가 말했다. “‘착한 인물이 백 년 동안 나라를 다스리면, 가히 잔혹함을 억누르고 사형이 사라지리라.’ 진실로 옳은 말이로다!”
子曰: “‘善人爲邦百年, 亦可以勝殘去殺矣.’ 誠哉, 是言也!”
자왈 선인위방백년 역가이승잔거살의 성재 시언야
선인(善人)이란 표현은 ‘논어’에 모두 4차례 등장합니다. 7편 술이 제25장, 11편 선진 제19장, 13편 자로 제11장, 20편 요왈 제1장입니다. 그때마다 번역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선(善)은 착하다란 뜻 외에도 좋다와 훌륭하다는 뜻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선인도 착한 사람,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으로 여러 뜻풀이가 가능합니다. 그때마다 번역이 조금씩 달라집니다. 선(善)은 착하다란 뜻 외에도 좋다와 훌륭하다는 뜻을 함께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선인도 착한 사람, 좋은 사람, 훌륭한 사람으로 여러 뜻풀이가 가능합니다.
앞서 7년간 나라를 다스리며 백성을 교화하면 전쟁에 내보낼 만하다고 했던 사람(자로 편 제29장)도 선인이었는데 거기선 훌륭한 인물로 번역했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착한 사람으로 번역했습니다. 문맥에 따라 표현을 달리할 뿐이지 담긴 뜻에 큰 차이는 없습니다. 선인은 타고난 천성이 착한 사람으로 나라를 다스릴 정도가 될 경우 그걸 훼손하지 않고 잘 지켜낸 좋은 사람이자 훌륭한 사람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논어’에서 선인은 인인(仁人)과 비교를 통해 그 차별적 의미를 획득합니다. 20편 요왈 제1장에서 ‘주나라는 관직을 크게 베풀어 훌륭한 사람(善人)이 부귀해졌다. (무왕이 상제에게 말하기를) '주 왕실에 친족이 많다한들 어진 사람(仁人)만 못합니다.'(周有大賚, 善人是富. 雖有周親, 不如仁人)’라는 구절에도 선인과 인인이 나란히 등장합니다. 그럼 선인과 인인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그럴 때는 자공 아니면 자장이 나서기 마련입니다. 11편 선진 제19장에서 자장이 선인지도(善人之道)에 대해 공자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돌아온 답이 “본받을만한 사람의 발자취를 밞고 따르지 않으면 방 안에 들어가지 못한다(不踐迹, 亦不入於室)”입니다. 선인은 타고난 본성이 착하고 좋은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론 부족하고 옛 성현의 가르침을 갈고 닦아야만 어진 사람의 반열에 오를 수 있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어진 사람이 단순히 착하고 훌륭한 사람 이상의 존재임을 알 수 있습니다. 어진 사람이 되기 위해선 도덕적 수제와 정치적 치평을 함께 갖춰야 합니다. 선인은 도덕적 수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천성(nature)을 타고난 사람입니다. 공자가 인격적 측면에서 최고봉으로 꼽는 순임금의 성품을 지닌 사람입니다. 하지만 어진 사람은 거기서 머물러선 안 되고 치평의 리더십을 함께 갖춰야 합니다. 순임금 역시 치수(治水)의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를 터득했기에 인인(仁人)이 됐고 제왕의 자리에 앉은 뒤 훌륭히 천하를 다스렸기에 성인(聖人)의 반열에 오른 것입니다.
선인과 대조적 인물상은 성인(成人)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성인은 천성(nature)이 아니라 교육(nurture)을 통해 ‘제법 사람의 꼴을 갖춘 사람’의 경지에 올라선 사람입니다. 따라서 어진 사람은 선인과 성인의 결합으로 이뤄진 완전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이를 이해한 뒤 제11장의 내용을 다시 읽어보면 백 년(百年)이란 세월이 엄청나게 긴 세월이라는 뜻임을 알게 됩니다. 백 년이란 세월을 채우려면 착한 임금이 최소한 3대는 나와야 합니다. 하지만 역사상 그런 왕조를 찾기는 참 힘들 겁니다. 다시 말해 착한 임금이 다스리는 것을 기대해선 잔혹함을 억누르고 사형제가 폐지될 그런 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소리입니다.
그 세월을 단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천성이 선하건 아니건 어진 임금이 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도덕적 수제와 정치적 치평을 닦고 쌓는 군자학을 연마해야 합니다. 그렇게 어진 임금이 되면 100년이 걸릴 것을 제국일 경우엔 최대 한 세대(30년) 방국일 경우엔 10년 안에 이룰 수 있다고 봐야할 것입니다. 이렇게 자로 편의 12장과 11장은 하나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