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건넨 비단주머니 3개

13편 자로(子路) 제1장

by 펭소아

자로가 정치에 대해 물었다. 공자가 말했다. “앞서서 하라. 힘써서 하라”

자로가 더할 것이 없느냐고 청했다. 공자가 말했다. “게을리하지 마라.”


子路問政. 子曰: “先之, 勞之.”

자로문정 자왈 선지 노지

請益. 曰: “無倦.”

청익 왈 무권



치평파답게 역시 자로는 정치에 관심이 많았나 봅니다. 다시 정치에 대해 묻습니다. 단순 명쾌한 걸 좋아하는 제자의 마음을 읽어서일까요? 공자의 답도 짧고도 명쾌합니다. 두 글자로 딱 두 마디를 들려줬다가 자로가 한마디 더 청하자 역시 두 마디로 답합니다.


그렇게 두 글자로 된 세 마디가 선지(先之), 노지(勞之), 무권(無倦)입니다. 지(之)를 백성으로 해석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면 노지는 “백성을 수고롭게 하라”가 됩니다. 일부러 수고스럽게 하라는 뜻 같아 부자연스럽습니다. 다산 정약용은 이를 ‘맹자’에서 백성을 위로하여 오도록 한다는 뜻으로 쓰인 ‘노래(勞來)’로 풀었습니다. 이 경우 “백성을 위로하라”는 아름다운 뜻이 됩니다만 지나친 의역이란 생각이 듭니다.


저는 지(之)가 정치(政)를 받는 것으로 풀어봤습니다. 정치를 함에 있어 먼저 하고, 힘써서 하고, 쉼 없이 하라가 됩니다.


“먼저 하라”는 것은 솔선수범하라는 뜻입니다. 자신은 “바담 풍”하면서 백성들에겐 “바람 풍”하지 말라는 겁니다. 백성에게 근면 검소하게 살라 할 거면 자신부터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을 보이란 말입니다.


“힘써서 하라”는 것은 높은 자리에 올랐다고 거들먹거리면서 대접받을 생각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의전에 취해 넋을 놓지 말고 오로지 성과로서 평가받겠다는 자세로 업무에 집중하란 뜻입니다. ‘논어’에 자주 등장하는 경(敬)의 자세를 말하니 지극 정성을 다하라는 뜻입니다.


마지막은 “게을리하지 마라”입니다. 라임을 살리면 “쉼 없이 하라”이고, 찰진 우리말 표현으로는 “단디 하라”에 해당합니다. 앞의 “힘써서 하라”와 뭐가 다를까요? 솔선수범하고 열심히 해서 어느 정도 성과가 나왔다고 방심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이만큼 했으면 좀 쉬었다 가도 되겠지’라는 유혹에 넘어가지 말라는 소리입니다. 심호흡 한번 하고 풀어지려는 마음을 다시 다잡으라는 겁니다.


어느 철없는 정치인이 ‘비단주머니 3개’라며 충고의 말을 늘어놨더군요. 금낭묘계는 제갈공명이 오나라로 장가가는 유비를 수행하는 조자룡에게 위기가 닥쳤을 때 차례로 열어보라며 비단주머니 3개에 넣어준 비책을 말합니다. 자신의 어쭙잖은 지혜를 스스로 제갈공명의 금낭묘계(錦囊妙計)에 비견한 것이니 가소롭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진정 비단주머니 3개에 들어가야 할 정치적 충고는 그런 임시변통의 고식지계(姑息之計)가 아니라 공자가 여기서 밝힌 정치에 임하는 3가지 자세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솔선수범하라! 정성을 다하라! 단디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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