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편 안연(晏然) 제20장
자장이 물었다. “선비는 어떻게 해야 현달했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네가 말하는 현달이란 무슨 의미이더냐?”
자장이 대답했다. “나라에서나 가문에서나 반드시 명성이 자자해지는 것입니다.”
공자가 말했다. “그것은 유명한 것이지 현달한 것이 아니다. 현달했다 함은 바탕이 곧고 의로움를 좋아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잘 살피고, 안색을 잘 관찰하며, 신중한 태도로 항상 자신을 낮추는 것이다. 그래야 나라에서건 가문에서건 반드시 현달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유명한 것은 겉으론 어짊을 이룬 듯하나 실제 행실은 그에 어긋나는 것이며, 그렇게 처신하면서도 자신을 의심하지 않은 것이다. 그래야 나라에서건 가문에서건 명성이 자자해지는 것이다.”
子張問: “士何如斯可謂之達矣?”
자장문 사하여사가위지달의
子曰: “何哉, 爾所謂達者?”
자왈 하재 이소위달자
子張對曰: “在邦必聞, 在家必聞.”
자장대왈 재방필문 재가필문
子曰: “是聞也. 非達也. 夫達也者, 質直而好義, 察言而觀色, 慮以下人, 在邦必達, 在家必達.
자왈 시문야 비달야 부달야자 질직이호의 찰언이관색 려이하인 재방필달 재가필달
夫聞也者, 色取仁而行違, 居之不疑. 在邦必聞, 在家必聞.“
부문야자 색취인이행위 거지불의 재방필문 재가필문
달(達)과 문(聞)의 차이를 논한 장입니다. 달은 목표에 도달한다는 뜻인데 여기선 현달로 번역해 봤습니다. 현달은 한자로 顯達과 賢達 둘이 있습니다. 전자는 벼슬, 명성, 덕망이 높아서 이름이 세상에 드러난다는 뜻이고 후자는 현명해 사물의 이치에 통달하다는 뜻입니다.
자장은 첫 번째 현달을 염두에 두고 ‘어떻게 해야 현달할 수 있느냐’를 묻습니다. 공자는 그런 현달은 헛된 명성을 추구하는 것에 불과하다며 두 번째 현달을 추구하라고 답합니다. 훗날 입신양명(立身揚名)을 중시하게 된 자여(증자) 계통의 속물 유가를 비판하는 도가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공자가 이미 도가의 목소리까지 선취하고 있음을 여기서도 확인하게 됩니다.
스스로의 비범함을 자부했던 자장은 입신출세의 야망이 남달랐던 것으로 보입니다. 그의 관심은 훌륭한 정치가가 되는 것인데 그럼으로써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드날리고 싶어 했다는 것이 이 장에서 드러납니다. 공자는 그런 자장을 더 높은 곳으로 인도합니다. 명성의 유무와 상관없이 올곧고 정의로운 삶을 추구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겸손한 삶을 꾸려가는 것이 진정한 현달이라고.
셀러브리티(celebrity)가 되어 한껏 뻐기는 스웩(swag)과 원 없이 돈질하는 플렉스(flex)의 삶을 동경하는 현대 젊은이들에게도 똑같은 말을 들려줄 수 있습니다. 그런 건 그저 유명해지는 것일 뿐 농밀한 삶을 살아가는 것과 무관하다고. 헛된 명성과 속된 부에 취하지 말고 내면의 자아에 충실한 인생이 진정 통달한 인생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