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편 향당(鄕黨) 제6장
밥은 곱게 깎아낸 것을 싫어하지 않았고, 회는 가늘게 뜬 것을 싫어하지 않았다.
밥이 쉬어 맛이 변한 것과 생선이 상한 것, 고기가 부패한 것은 먹지 않았다. 색이 변한 것은 먹지 않았다. 악취 나는 것은 먹지 않았다. 잘못 익힌 것은 먹지 않았다. 철 지난 것은 먹지 않았다. 썬 모양이 반듯하지 않은 것은 먹지 않았다. 알맞은 장이 없으면 먹지 않았다.
고기가 아무리 많아도 곡기를 능가할 정도로 먹지 않았다. 오직 술은 한없이 마셨지만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까지 마시지 않았다. 하루 지난 술과 시장에서 파는 포는 먹지 않았다. 생강이 들어간 요리는 치우지 않게 했으나 과식하지 않았다.
나라의 제사상에 올렸다가 나눠 받은 고기는 하룻밤을 넘기지 않았다. 집안 제사 때 쓴 고기도 사흘 안에 처분했으니 사흘이 지나면 먹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식사 때나 잠잘 때는 말하지 않는다. 거친 밥과 나물국이라도 고수레를 했는데 반드시 경건하게 했다.
食不厭精, 膾不厭細.
식불염정 회불염세
食饐而餲, 魚餒而肉敗, 不食. 色惡, 不食. 臭惡, 不食. 失飪, 不食. 不時, 不食. 割不正, 不食. 不得其醬, 不食.
사의이애 어뇌이육패 불식 색악 불식 취악 불식 실임 불식 불시 불식 할부정 불식 부득기장 불식
肉雖多, 不使勝食氣. 唯酒無量, 不及亂. 沽酒市脯, 不食. 不撤薑食, 不多食.
육수다 불사승식기 유주무량 불급란 고주시포 불식 불철강식 부다식
祭於公, 不宿肉. 祭肉. 不出三日. 出三日 不食之矣.
제어공 불숙육 제육 불출삼일 출삼일 불식지의
食不語, 寢不言. 雖疏食菜羹, 瓜祭, 必齊如也.
식불어 침불언 수소사채갱 과제 필재여야
공자의 식습관에 관한 내용입니다. 지금 적용한다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역시 합리주의자답게 한편으로 맛을 우선시하다가 사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하면서도 몽이 상하거나 축나지 않도록 위생에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습니다.
노나라가 위치한 황하 유역에선 춘추전국시대까지만 해도 쌀보다는 좁쌀과 기장이 주식이었습니다. 쌀을 정미하듯 이들 곡식도 알곡을 깎아낼수록 감칠맛이 좋아집니다. 하지만 그렇게 깎아내면 밥의 양이 줍니다. 또 회는 얇게 저민 것이 더 맛나지만 역시 공이 더 많이 들어갑니다. 음식의 풍미를 알긴 했지만 그것이 사치인 것 또한 알기에 ‘좋아했다’라는 표현을 피하고 ‘싫어하지 않았다’라는 표현을 쓴 것입니다.
음식을 거부한 경우 중에 ‘칼질한 모양이 반듯하지 않을 때’와 ‘알맞은 장이 없을 때’는 조금 과도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에 들어갈 것의 모양새나 따지고 반찬투정하는 것 같아서입니다. 하지만 이런 자잘한 것까지 지킨 것에서 단순한 섭식법이 아니라 공자의 삶의 방식(모두스 비벤디)의 연상선에 있음을 다시 확인하게 됩니다. 모양이 반듯하지 않으면 먹지 않은 것은 공자가 정치의 1순위로 꼽은 ‘정자정야(政者正也)’ 테마와 이어집니다. 궁합이 맞는 장이 없으면 먹지 않은 것은 일상에서 늘 최선을 선택하라는 중용(中庸)의 실천과 연결됩니다.
공자의 섭식법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주법(酒法)에 관한 것입니다. ‘오직 술에 있어서는 양의 제한을 두지 않았다(唯酒無量)’했으니 자고로 공자와 같은 성인이 되려면 두주불사(斗酒不辭)의 주량을 지녀야 한다는 알리바이가 만들어졌습니다. 이는 아마도 사내다움의 기준으로 주량을 강조했던 황하 이북의 전통에 입각한 과장된 표현 아닐까 싶습니다. 공자는 키가 2m가 넘는 거구였으니 당연히 주량이 일반인을 능가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자들이 이 사실을 부풀린듯한데 핵심은 바로 뒤에 나오는 ‘불급란(不及亂)’에 있다고 봐야 합니다. 만만치 않은 주량이긴 했어도 결코 취해서 자세가 흐트러지거나 정신이 어지러울 정도까지 마시진 않았다는 뜻으로 새김이 옳습니다
‘불철강식(不撤薑食)’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엇갈리는데 ‘밥상을 치울 때 생강이 들어간 요리는 치우지 않게 했다’의 뜻이 적절하지 않나 합니다. 생강이 몸에 좋다 판단하여 식사를 마친 뒤에서 가까이 두고 간식 대신 먹었던 것 같습니다. ‘식불언 침불언(食不語, 寢不言)’은 음식을 먹을 때나 잠들려고 누운 상태에서 말을 하게 되면 기도로 음식이 들어갈 수 있기에 말을 자제했다고 봐야 합니다. 과제(瓜祭)라는 표현에 대해선 필제(必祭)의 오기라는 해석이 많은데 어느 쪽이든 문맥상 음식을 먹기 전에 그 일부를 덜어내면서 ‘고수레’를 했다고 새기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다만 이때 고수레를 한 이유는 음식을 먹고 탈이 나지 말라고 한 것이 아니라 일용한 양식에 대한 감사기도에 더 가깝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