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자한(子罕) 제10장
공자는 상복을 입은 사람과 관복 차림의 사람, 시각장애인을 만나면 자신보다 연하일지라도 반드시 자리에서 일어났고, 그 앞을 지나갈 때에는 반드시 종종걸음을 쳤다.
子見齊衰者冕衣裳者與瞽者, 見之雖少必作, 過之必趨.
자견자최자면의상자여고자 견지수소필작 과지필추
공자는 고금을 막론하고 문덕과 예치에 밝은 사람, 곧 어진 사람에게 경의를 표했습니다. 이들은 수제의 덕과 치평의 도를 갖춘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는 그들의 언행과 업적을 보고 나서 판단할 수 있으며 그래서 소수에 불과했습니다. 반면 여기서 언급된 3종류의 사람은 그 겉모습만 보고도 바로 경의를 표했습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 장애인입니다. ‘음식 대접받을 때 공자의 리액션’ 편(10편 향당 제14장)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등장합니다만 어진 사람에 비해 상대적으로 수가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가족을 잃은 사람은 참담한 일을 겪는 사람입니다. 맹자가 말한 측은지심의 발휘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공무를 수행하는 사람에는 당시 길에서 만나면 누구나 경의를 표해야 하는 대인(大人), 즉 위로는 임금부터 아래로는 대부에 이르는 고위공직자만 해당하는 게 아닙니다. ‘음식 대접받을 때 공자의 리액션’ 편을 보면 지도나 호적 같은 공문서를 짊어지고 다니는 하위 관료를 길에서 만나도 예를 표했습니다. 단순히 높으신 분들 이어서가 아니라 공동체를 위한 일을 하는 사람이기에 예를 표한 것이니 맹자가 말한 사양지심의 발로라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에 조예가 깊었던 공자는 당시 악기 연주에 종사하는 경우가 많았던 시각장애인에게 특별히 경의를 표했습니다. 21세기적 맥락으로 풀어내자면 모든 장애인을 사회적 소수자에게 우선권을 양보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의 불우한 처지에 대한 측은지심과 그래서 먼저 배려하려는 사양지심이 함께 작용한 경우라 할 것입니다.
이 3종류의 사람을 우선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은 고대나 전통시대보다 현대로 오면서 더욱 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공자의 선견지명이 돋보입니다. 단순히 높은 관직에 있어서가 아니라 관복을 입은 이에게 예를 표한다는 정신은 오늘날 같은 공무원 중에서도 군인, 경찰, 소방관처럼 주로 제복을 입는 현장직 공무원을 우대하는 정신과 맞닿아있습니다.
또한 전통사회에서 소외되거나 잘해야 동정의 대상이었던 장애인을 대등한 인격체로 대우한 점은 인권의식이 발달한 20세기나 되어서야 일반화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놀라운 점입니다. 2500년 전 사람인 공자는 길을 가다가도 앞 못 보는 사람을 보면 예를 표하고 양보했으며 그 앞을 지날 때 걸리적거리지 않게 종종걸음을 쳤습니다. 반면 21세기 대한민국에선 이동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를 하는 장애인을 공공연하게 비하 발언을 하는 사람이 신세대 해외 유학파 지도자라며 공당의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사정이 이러한대도 공자를 올드 보이라 부를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