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쓸모에 대하여

8편 태백(泰伯) 제16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세속적 욕망에서 벗어났으면서 올곧지 않고, 무지하면서도 성실하지 않고, 무능하면서도 미덥지 않다면 내 알 도리가 없구나.”


子曰: “狂而不直, 侗而不愿, 悾悾而不信, 吾不知之矣.”

자왈 광이부직 통이불원 공공이불신 오부지지의



광(狂)은 미쳤다는 뜻이지만 ‘논어’에서는 고매한 뜻을 지녀 세속적 욕망과 가치관에 얽매이지 않는다는 의미로 많이 쓰입니다. ‘광자(狂者)’는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것에 심취해 세상만사에 담쌓고 지내는 사람이니 오늘날의 마니아(mania)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사람은 세상에 아부하거나 타협할 의사가 없기에 현실을 직시하고 가감 없이 진실을 말할 수 있습니다. 출세를 못할지언정 남다른 성취를 이룰 수 있는 비결입니다.


공자가 중용을 실천하지 못한다면 차라리 광자와 같이 하겠다(13편 자로 제21장)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따라서 광자의 장점은 그 올곧음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헌데 광자인 사람이 올곧지 않다? 그렇다면 광하지 않은 것이라고 공자는 비판한 것입니다.


통(侗)은 뜻이 여럿입니다. 크다, 곧다, 미련하다, 무지하다, 유치하다, 경박하다, 아프다…. 그와 대비되는 원(愿)도 마찬가지입니다. 바라다, 성실하다, 공손하다, 착하다, 질박하다…. 문맥 상 앞에 나오는 통은 부정적 뉘앙스, 뒤에 나오는 원은 긍정적 뉘앙스를 지녀야 합니다. 이를 감안하면 ‘무지한데 성실하지 않다’가 가장 적절해 보입니다. 아는 게 별로 없으면 근면성실하기라도 해야 한다는 취지를 뒤집어 말한 것입니다.


공공(悾悾)과 불신(不信)도 그런 대비적 의미로 새겨야 합니다. ‘무능한데 믿음이 가지 않는다’는 뜻이 적절해 보입니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다소 무능하더라도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사람이 무능하면 시키는 대로 꼬박꼬박 이행할 줄이라도 알아야 쓸모가 있다는 소리입니다.


이 장에서 공자의 발언은 이중적 의미를 지닙니다. 첫 번째는 한 우물만 파는 마니아는 올곧은 맛이 있고, 무지한 사람은 성실한 면이 있으며, 무능한 사람도 당부한 말을 꼭 지켜준다면 함께 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단점만 보지 말고 장점도 함께 보라는 취지입니다. 두 번째는 한우물만 파는 마니아라면서 한 입으로 두 말을 하고, 무지하면서 게으르고, 무능하면서 미덥지도 않으면 구제불능이란 뜻을 담고 있습니다. 스스로를 직시하고 부족한 면을 채우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공자 자신도 요령부득이란 경계의 메시지가 담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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