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당 개 3년이면…

8편 태백(泰伯) 제12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3년을 배우고도 녹봉을 못 받으면 평생 가도 쉽지 않다.”


子曰: “三年學, 不至於穀, 不易得也.”

자왈 삼년학 부지어곡 불이득야



원문의 곡(穀)은 곡식을 말하는데 여기서는 관직에 나가면 받게 되는 녹봉을 뜻합니다. 춘추시대에 녹봉은 좁쌀과 기장 같은 곡식으로 지급됐습니다. 이 장을 있는 그대로 해석하면 “3년을 공부하고도 녹봉을 받지 못하면 녹봉 받는 자리를 얻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가 맞습니다. 군자학을 3년 정도 공부하면 어디 가서든 녹봉을 받을만한데 그렇지 못하면 평생 가도 녹봉 받는 게 쉽지 않다는 뜻입니다.


주희를 비롯한 대다수 주석가는 이런 풀이가 내키지 않았습니다. 주희가 살던 송대만 되도 과거 공부를 10년 이상 해도 급제하기 힘든 세상이 됐기 때문입니다. 공자가 학문에 뜻을 둔 나이가 열다섯이지만 제대로 된 벼슬길에 나선 나이가 쉰이었으니 공자 역시 35년 만에 녹봉을 받지 않았느냐는 생각도 있었을 것입니다. 게다가 증석, 민자건, 칠조개, 원헌 같은 제자들이 벼슬길을 사양하는 것을 볼 때마다 공자가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니 학문을 겨우 3년만 닦고 벼슬길에 나서는 것을 공자가 탐탁지 않게 여겼을 것이라고 본 것입니다.


그래서 주희는 원문의 ‘이를 지(至)’가 ‘뜻 지(志)’의 오기라면서 “3년을 배우고도 녹봉 받을 생각을 하지 않는 사람을 (제자로) 얻기란 쉽지가 않다”로 새겼습니다. 군자가 되려면 마땅히 출세하겠다는 생각을 버리고 오로지 도를 터득하겠다는 생각만으로 학문에 몰두해야 한다고 풀어낸 것입니다. 너무도 그럴듯한 해석이라 주희 이후 대부분의 주석가들이 대동소이한 해석을 채택했습니다.


하지만 ‘논어’에서 3년이란 시간을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닙니다. 부모 3년상을 관철시키기 위해 공자가 제자들과 격론을 벌였음을 상기해보시기 바랍니다. 말이 3년상이지 엄밀히 말하면 만 2년 동안 생업을 포기하고 시묘살이 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었듯이 3년간 생업을 포기하고 학문을 닦는다는 것 또한 벅찬 일이었음에 틀림없습니다.


공자시대보다 1500년 뒤인 송대 이후 사농공상(士農工商)의 첫머리를 차지한 사대부 집안에서 태어나면 가문에서 경영하는 농장 수입으로 10여 년 간 과거 공부에만 몰두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조선시대 양반 사대부를 떠올려 보시면 됩니다. 공자시대에 이는 문자 그대로의 군자, 곧 공경대부의 자식들에게만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공자 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와 서인 계급에겐 언감생심의 일임을 잊어선 안 되겠습니다.


게다가 공자학당은 요즘 말로 하면 ‘공무원 사관학교’였습니다. 9급~7급 정도로 공직생활을 시작할 수 있게 그 실무에 해당하는 육예(六藝)를 가르쳤습니다. 글을 읽고 쓰고, 셈하고, 활 쏘고, 말 타는 법에 더해 예악(禮樂), 곧 의전의 기초와 교양으로서 음악을 가르친 것입니다. 따라서 3년간 열심히 이를 배우면 하위 관료로 진출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습니다. 공자 역시 열아홉 전후 노나라의 시조인 주공의 사당인 태묘에서 잡일을 하거나 말을 키우는 일에 종사했음을 떠올려 보면 됩니다.


공자가 말하는 ‘삼년학(三年學)’은 이렇게 군자학의 기초 과정에 불과합니다. 군자는 결코 그런 하위 관료에 머무는 것이 목표인 사람은 아닙니다. 조선시대 당상관이라고 불렀던 정삼품 이상의 고위직을 염두에 두는 사람입니다. 시경의 시를 줄줄 외울 수 있어야 하고, 고대 중국의 역사에 능통해야 하고, 주역의 궤를 뽑아 해석할 수 있는 수준이 되어야 합니다. 그 수준에 이른 극소수의 제자만이 대부 가문의 가신들을 통솔하는 가재(家宰)나 오늘날 군수에 해당하는 읍재(邑宰)로 발탁되고 거기서 공을 세우면 다시 대부의 반열에 오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이 장의 내용을 윤색하지 말고 원문 그대로 새기면 “서당 개 3년이면 풍월을 읊는다”라는 우리네 속담과 공명하는 내용이 됩니다. 군자학 기초과정을 3년 정도 배우고 나면 말단 관료로 가도 부끄럽지 않을 자질을 보여야 이후 심화과정을 통해 대부 이상의 반열에 들 수 있다는 뜻을 함축하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원문의 ‘득(得)은 1차적으로는 '녹봉을 받는다'를 뜻하는 동시에 2차적으로는 대부의 반열에 오를 ‘군자의 경지를 이룬다, 성취한다'는 뜻도 갖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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