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난을 일으키나

8편 태백(泰伯) 제10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용맹함을 좋아하는 사람이 가난함을 못 견디면 난을 일으킨다. 사람이 어질지 못하다고 지나치게 미움받으면 난을 일으킨다.”


子曰: “好勇疾貧, 亂也. 人而不仁, 疾之已甚亂也.”

자왈 호용질빈 난야 인이불인 질지이심난야



조선시대 아기장수 설화를 아시나요? 갓 태어난 아기의 겨드랑이에 날개 자국이 있으면 커서 영웅이 될 것이니 자칫 역적이 될 수 있다는 나랏님의 명으로 전국을 뒤져 그런 아기들을 잡아 죽인다는 설화. 이 설화는 임진왜란 이후 만들어졌을 가능성이 큽니다.


조선 최초로 서얼 출신 왕이 된 선조는 정통성에 대한 열등감이 컸습니다. 그래서 재위 전반에는 선정을 베푸는 왕 행세를 열심히 해 그의 능호를 따 '목릉성세(穆陵盛世)'라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그러다 아무런 대비 없이 임진왜란이 터지자 우왕좌왕하다 무능한 겁쟁이임이 만천하에 들통나고 말았습니다. 그로 인한 열등감이 폭발하면서 난세의 영웅으로 등장한 장수들과 자기 대신 왕 노릇을 한 아들 광해군에 대한 질투의 화신이 되고 맙니다.


그로 인해 이순신은 최후의 전장에서 전사를 택했고, 김덕령은 고문받다 옥사했으며, 곽재우는 자발적 실종을 택했습니다. 광해군 죽은 듯 납작 엎드려 있다가 부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왕위를 이어받았습니다. 병자호란 때의 암군 인조 역시 선조와 다를 바가 없어서 임경업 같은 장수도 억울한 죽음을 면치 못했습니다.


비단 조선에만 적용되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국 25개 왕조의 역사를 보면 변방을 지키는 장수가 유능하고 용맹하면 황제는 그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견제하다 죄를 뒤집어 씌워 죽이는 경우가 다반사였습니다. 그리하여 변방을 지키는 장수는 무능하지만 황제에게 아부를 잘하는 이들로 채워지고 결국 외적의 침입을 막지 못해 왕조가 무너지거나 억울한 죽음을 피하기 위해 반란을 일으킨 장수가 스스로 황제가 되는 일이 되풀이되곤 됐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 왕조의 황제 역시 변방에 파견한 장수가 너무 용맹하거나 공을 많이 세우면 덥석 의심부터 하고 보는 악순환이 반복됐습니다.


이 장에서 공자의 발언은 이런 왕조국가의 비극적 운명을 꿰뚫어 보는 듯합니다. 난을 일으키는 첫 번째 인물은 용맹하지만 빈한한 삶과 불우한 처지를 못 견디는 사람입니다. 중국 최초의 농민 반기를 일으킨 진승과 오광, 초나라의 항우, 한나라의 유방, 촉한의 유비 같은 사람들입니다. 왕조국가의 주권자가 범 같은 장수를 접할 때 느끼는 불안, 바로 아기장수라는 트라우마의 원형입니다.


여기에 머물 공자가 아닙니다. 두 번째 난을 일으킬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일대 반전을 일으킵니다. 그들은 단순히 어질지 못한 사람이 아닙니다. 어질지 못하다고 심하게 미움받는 사람입니다. 군자의 자격이 없는 소인이라고 심하게 추궁받고 박대받는 사람입니다.


소인은 대다수의 일반인을 말합니다. 일반인에게 일반인이라고 말하는 것은 추궁이나 박대가 될 수 없습니다. 그럼 어떤 사람에게 그런 발언이 추궁이 되고 박대가 될까요? 바로 지도자인 대인의 지위에 있는 사람 아니면 대인이 되고자 하는 군자입니다. 공자가 여기서 말하는 사람은 대인의 자리에 있지만 첫째 어질지 못하고, 둘째 그래서 과도하게 미움받는 사람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 군자감이 아닌데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임금에게 질책을 받거나 백성의 미움을 받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누굴까요? 그만한 자질과 덕목도 없으면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고 윗사람에게 치이고 아랫사람에게 미움받는 존재입니다. 영웅의 자질을 타고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영아살해를 저지를 수 있는 아기장수 설화 속 나라님 같은 사람에 해당합니다. 첫 번째 난을 일으킬 사람의 대척점에 위치한 사람인 셈입니다. 결국 공자는 아기장수 설화의 양 극단에 위치한 사람들이 난을 일으킨다고 꿰뚫어 본 것입니다.


둘의 공통점은 첫 번째 어질지 못한 것입니다. 공자 제자 중에서 용감한 것을 좋아한 대표적 인물이 자로입니다. 공자는 그런 자로에게 용감함 말고 의로움을 갖추라고 가르쳤습니다. 용감함(勇)은 어짊(仁)과 지혜로움(知)과 함께 군자가 갖춰야 할 3가지 도(君子三道)에 포함됩니다. 하지만 그 자체는 어짊이 되지 못합니다. 반면 의로움은 어짊의 구성요소가 됩니다.


두 번째 공통점은 선망 내지 질투가 강한 존재라는 점입니다. 빈한한 삶과 불우한 처지를 못 견디는 것은 반대로 부유한 삶과 모든 걸 갖춘 삶을 선망하고 질투하는 마음이 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또 지도자의 자질과 능력이 없어 아랫사람들의 미움을 받으면서도 그 자리를 꿰차고 있다는 것은 그 자리에 대한 집착이 크다는 것을 뜻합니다. 곧 그 자리에 있지 않은 경우 계속 그 자리를 탐낼 사람이란 소리입니다. 따라서 지도자의 자질은 없으면서 터무니없이 욕심만 많은 사람, 그런 사람이 결국 난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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