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력난신에 대하여

7편 술이(述而) 제20장

by 펭소아


공자는 괴이한 것, 힘쓰는 것, 어지러운 것, 귀신에 관한 것을 말하지 않았다.


子不語怪力亂神.

자불어괴력난신


괴력난신하면 뭐가 제일 먼저 떠오르시나요? 저는 그리스 신화와 마블 히어로가 생각납니다. 인간의 이성으로 설명하기 힘든 세계를 전자는 올림푸스 신을 통해, 후자는 수퍼 히어로를 통해 풀어내려 합니다. 그들은 혼돈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힘과 능력으로 질서와 안정을 구현하려 동분서주합니다.


예나 지금이나 괴력난신은 사람들을 매료시키는 마력을 지녔습니다. 옛날 서커스단의 흥행을 결정하는 것도 눈으로 보고도 믿기지 않는 신기한 것을 보여주고, 놀라운 힘과 기예를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중국 소설 삼국지와 수호지 그리고 일본 소설 ‘대망’이 잘 읽히는 것은 어지러운 난세를 배경으로 영웅호걸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무서운 귀신 이야기나 귀신 들린 사람이나 집에 대한 이야기는 스티븐 킹으로 대표되는 호러 또는 스릴러로 여전히 각광받고 있습니다.


괴(怪)와 신(神)은 신기한 것과 믿기지 않은 것이란 점에서 상통하고 력(力)과 난(亂)은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믿을 건 힘밖에 없다는 발상을 불러일으킨다는 점에서 공명합니다. 공자가 중시한 예악(禮樂)은 일반적 질서와 조화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예외성이 강한 괴와 신과 거리를 둘 수밖에 없습니다. 또 문덕(文德)은 무력에 의지하지 않는 정치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력과 난의 대척점에 서있습니다.


그렇다고 공자가 괴력난신을 아예 언급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태평성세를 상징하는 상상의 동물 봉황과 기린을 언급했고, 용마의 등에 찍혔다는 하도와 신령스러운 거북의 등에 그려져 있었다는 낙서를 말했습니다. 그러나 자세히 상술하기보다는 혼탁한 세상을 비판하기 위한 시적 표현으로 사용했을 뿐입니다.


‘대대예기’ 오제덕 편을 보면 제자인 재아가 삼황오제 중 한 명인 황제(黃帝)가 3백년을 살았다고 하는데 그가 사람이었냐고 묻습니다. 공자는 처음엔 “우왕 탕왕 문왕 무왕 성왕 주공은 살펴볼만하지만 그 이전이 말하기 어렵다”고 답합니다. 재아가 “제 질문이 고루했다”고 하자 비로소 공자는 자신의 이성적 추론을 펼칩니다. “살아서 100년간 백성이 황제의 혜택을 받았고, 죽은 뒤 100년간 그의 혼령을 두려워했고, 안정이 된 뒤 100년간 그 가르침이 섰기에 300년이라고 한 것이다.” 공자는 또한 황제의 얼굴이 넷이라는 것에 대해서도 네 명의 신하를 사방에 보내 다스리게 한 것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풀었습니다.


괴력난신에 대해 선을 그었다는 것은 공자가 17, 18세기 서양 계몽주의 사상가들만큼 이성을 중시한 합리주의자임을 보여줍니다. 공자는 그 이상이기도 했습니다. 단순히 괴력난신을 믿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를 비판한다며 자꾸 언급하는 자체가 괴력난신에 대한 호기심만 자극한다는 것까지 꿰뚫어 본 것입니다. 그래서 난세임에도 자신의 가르침을 펼칠 때 어짊과 문덕, 예악의 보편성을 강조했을 뿐 괴력난신의 예외성 자체를 언급하지 않은 것입니다. 니체가 말한 “심연을 오래 들여다보면 심연이 너를 쳐다본다”는 경구를 이미 깨닫고 있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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