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의 최고 경지에 오른 공자

7편 술이(述而) 제16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내게 몇 년이 더 주어져 주역 공부 50년을 채운다면 큰 잘못은 저지르지 않을 텐데.”


子曰: “加我數年, 五十以學易, 可以無大過矣.”

자왈 가아수년 오십이학역 가이무대과의


원문의 50(五十)의 해석을 두고 여러 갈래 해석이 난무합니다. ‘마치다’라나 ‘마침내’라는 뜻의 졸(卒)을 잘 못 적은 것이라는 주희의 설부터 나이 50이라는 다산 정약용의 설까지. 저는 주역을 공부한 세월이 50년이라고 새겨봤습니다. 고전 텍스트의 원문을 최대한 존중하면서도 그 취지에 부합하는 내용이 아닐까 해서입니다.

이와 관련 가장 중요한 참고문헌은 사마천의 ‘사기’ 공제세가의 기록입니다. ‘공자가 만년에 주역에 심취해 단(彖), 계사(繫辭), 상(象), 설괘(說卦), 문언(文言) 편을 지었다. 오직 주역 책만 위편삼절했다(孔子晩而喜易, 序彖繫象說卦文言, 獨易韋編三絶).’ 앞 구절은 주역에 대한 공자의 해설과 주석을 소개한 것입니다. 계사는 주역의 원리에 대한 총론이고 나머지는 주역의 64개의 괘의 형상과 뜻을 푼 것입니다. 현재의 주역 말미에 10개의 장으로 편입돼 있어 십익(十翼)으로도 불립니다.


뒷 구절은 위편삼절이라는 고사성어의 어원이 된 구절입니다. 종이책은 한나라 때가 돼야 나오기에 공자시대에는 죽간으로 된 책을 읽었습니다. 그 죽간을 가죽 끈으로 엮은 걸 위편이라고 하는데 그 위편이 세 번이나 끊어질 정도로 주역을 읽고 또 읽었다는 소리입니다.


그 뒤로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이어집니다. ‘공자가 말하기를 "내게 몇 년의 수명을 빌려줘 이와 같이 할 수 있다면 주역에 있어선 내가 빛나는 존재가 될 것이다“(曰 假我數年, 若是, 我於易則彬彬矣).’ 공자가 뒤늦게 주역 공부에 눈을 떠 깊은 공부를 해 많은 저술을 남겼으며 죽기 전에 몇 년만 더 공부하면 겉과 속이 모두 탄탄해져 빛나는 존재가 될 것인데 라며 아쉬움을 토했다는 말입니다.


공자는 72세까지 살았습니다. 그러니 저런 말을 했다면 칠순 전후에 하는 것이 맞습니다. 그 나이 50이 되기 전에 저런 말을 했다면 매우 오만한 발언이 됩니다. 평소 공자의 언행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몇 년의 세월을 더해 주역을 공부한 햇수로 50년을 채운다면으로 푸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이는 공자가 말년에 주역 공부에 심취했다는 말과 배치된다고 여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20대부터 주역을 배우긴 했는데 별 진전이 없다가 공자 스스로 지천명이라 했던 50세 이후에 그 원리에 눈을 떠 깊이 파고들었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주희와 다산 같은 유학자들은 공자를 하늘이 낸 성인이라 봤습니다. 그런 성인이 주역을 50년이나 공부해야 통달한다는 것이 용납하기 어려웠나 봅니다. 원래 주역 공부는 어느 정도 나이가 든 뒤에 흥미를 갖기 마련이니 그리 놀라울 게 없습니다.


게다가 공자의 발언은 자신이 주역에 있어서 일가를 이뤘음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주역에 나오는 항룡유회(亢龍有悔)는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용은 할 일이 후회밖에 없다는 구절입니다. 공자는 넘치는 것이 모자란 것과 다를 바 없다(過猶不及)는 말을 남겼지만 주역의 관점에선 넘치기 전에 살짝 모자란 것이 최상입니다. 주역에 심취한 공자가 이를 몰랐을 리 있겠습니까? 그래서 자신의 공부가 살짝 모자라다고 표현함으로써 오히려 절정의 경지에 올랐음을 우회적으로 표현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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