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술이(述而) 제15장
공자가 말했다.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시고, 팔베개하고 잔다 해도 그 가운데에도 즐거움이 있다. 의롭지 않은 짓으로 얻은 부유함과 귀함은 내게는 뜬구름과 같나니.”
子曰: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
자왈 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낙역재기중의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
반찬도 없이 거친 밥만 먹고 국 대신 물을 마신다는 표현은 요즘 식으로 말하면 찬물에 밤 말아먹는다는 것이요, 팔베개하고 눕는다는 것은 베개와 이불 같은 침구조차 없다는 뜻이니 가난한 삶을 표현한 것입니다. 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많은 재산과 높은 지위를 얻느니 차라리 가난해도 맘 편한 삶을 살겠다는 이 표현은 사대부라면 청빈한 삶을 지향해야 한다는 구절로 해석돼 왔습니다.
하지만 부와 귀는 모든 사람이 욕망하는 것임을 공자도 부인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정당한 방식으로 추구해야 함을 강조했을 뿐입니다(4편 '이인' 제5장). 따라서 부귀 자체를 뜬구름(浮雲)으로 해석해선 안됩니다. 다만 그것을 불의한 방식으로 성취하느니 안빈낙도를 택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으로 봐야 합니다. 청빈함을 지향하라기보다는 의로운 방식으로 부귀를 지향하라는 것이 정확한 해석이 될 것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가난한 삶 속에도 즐거움이 있다고 말한 구절입니다. 주희와 같은 유학자들은 도학을 공부하는 즐거움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도학을 공부하지 않는 일반인들에겐 즐거움이 없다는 소리가 됩니다. 공자가 그렇게 편협한 사람이었을까요?
설혹 군자학을 공부하지 않은 소인일지라도 오늘날 소확행이라고 말하는 즐거움이 존재합니다. 마음 맞는 이와 정을 나누고 여우 같은 아내와 토끼 같은 자식을 낳아 키우며 알콩달콩 사는 재미는 꼭 부귀한 사람만 누리는 것이 아니라는 통찰이 거기 숨어있습니다.
이렇듯 공자는 소인의 삶을 부정적으로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다만 기본값으로 설정된 그 삶 위에 소수정예의 삶을 살아야 하는 군자의 의무를 강조한 것입니다. 공자가 군자의 대척점에 선 존재로 소인이라 비판한 사람은 부귀를 누리면서도 정자 그 삶은 평범한 소인의 삶을 벗어나지 못한 대인(大人)을 겨냥한 것입니다. 대인의 지위에 있으면서도 소확행을 추구하는 삶을 뜬구름 같은 삶이라고 본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