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술이(述而) 제13장
공자가 제나라에서 소(韶)를 듣고 석 달간 고기 맛을 모르고 지내다 말했다. “음악을 하는 것이 이런 경지에까지 이르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子在齊聞韶, 三月不知肉味. 曰: “不圖爲樂之至於斯也.”
자재제문소 삼월부지육미 왈 부도위락지지어사야
기원전 517년 삼환 세력을 제거하려다 노나라에서 축출된 노소공이 제나라로 망명합니다. 당시 서른다섯 살의 공자도 당시 문물의 중심인 제나라로 일종의 도피성 유학을 떠났습니다. 제나라에서 공자가 배운 것 중에서 최고봉이 소(韶)였습니다.
소는 주나라 예악의 본고장이라 공자가 자부했던 노나라에도 전해지지 않던 노래로 순임금이 직접 지은 노래로 알려져 있습니다. 고대의 제왕은 통치술의 일환으로 천지의 도를 본받은 노래를 직접 지었다고 전해집니다. ‘장자’와 ‘사기’의 악서(樂書), ‘한서’의 예악지(禮樂志)를 종합하면 고대 제왕이 지은 노래는 다음과 같습니다. 황제(黃帝)의 함지(咸池), 전욱(顓頊)의 육경(六莖), 제곡(帝嚳)의 오영(五英), 요임금의 대장(大章), 순임금의 소(韶)와 남풍(南風), 우임금의 하(夏), 은탕왕의 호(濩), 주문왕의 옹벽(辟雍), 주무왕의 무(武), 주공의 작(勺)….
이들 노래는 악보가 전해지지 않지만 가사는 파편적으로 전해집니다. 공자가 편찬한 ‘시경’에는 하은주 시대의 노래만 수록돼 있습니다. 그중에 무(武)라는 노래가 있는데 주무왕의 공적을 제3자가 찬양한 노래입니다. 역시 공자가 편찬했을 가능성이 높은 ‘서경’에는 하은주 시대뿐 아니라 그보다 앞선 요순우 시대의 기록이 나옵니다. 그중에 순임금 시대를 다룬 '익직' 편에서 소(韶)의 원형을 찾을 수 있습니다.
먼저 '관악기로 소를 아홉 차례 연주하자 봉황이 날아와 예를 갖췄다(簫韶九成 鳳凰來儀)'는 구절이 등장합니다. 이에 순임금이 "삼가 하늘의 명을 받들어 때맞게 움직이고 그 조짐에 따라 대처한다면/팔다리(측근)가 기뻐하고 머리(임금)도 일어서니 백가지 업적이 빛을 발하네(勑天之命 惟時惟幾, 股肱喜哉 元首起哉 百工熙哉)"라는 노래말을 지어 부릅니다. 그러자 형법을 관장하던 신하인 고요가 "머리가 총명하면 팔다리가 원활해지고 모든 일이 편하해지네/ 머리가 자질구레한 일에 신경쓰면 팔다리가 게을러지고 만사가 어그러지네(元首明哉 股肱良哉 庶事康哉, 元首叢脞哉 股肱惰哉 萬事墮哉)"라고 화답하는 가사를 짓습니다.
가사가 전해지는 요순시대의 다른 노래도 있습니다. 길거리 아이와 들길의 노인이 요임금의 정치에 대해 노래한 ‘강구가무(康衢歌舞)’와 ‘격양가(擊壤哥)’입니다(15편 위령공 제35장 참조). 의아한 생각이 들어 출처를 찾아보니 후한말과 위진시대 문인이자 명의였던 황보밀(皇甫謐)이 편찬한 ‘제왕세기(帝王世紀)’에 수록된 것으로 사마천의 ‘사기’에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후대에 가필된 노래로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소야말로 공자를 흠모한 사람들에겐 일종의 환상곡이나 다름없었습니다. 韶는 소리 음(音)과 부를 소(召)가 합쳐진 형성자입니다. 시라카와 시즈카에 따르면 召는 기도를 통해 신령을 맞이하는 모습을 형상화한 글자이니 韶는 음악을 통해 하늘의 뜻을 받든다는 뜻을 갖게 됩니다. 또한 그 음악이 아름다웠기에 ‘아름다울 소’라는 의미도 파생하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공자 역시 이 노래에 대해 ‘지극히 아름답고 지극히 선하다’(3편 ‘팔일’ 제25장)라고 평했습니다. 또 악서와 예악지는 이 노래에 대해 요임금의 미덕을 계승한다는 뜻이 담긴 노래였다고 풀이합니다.
이를 종합해보면 소는 하늘의 뜻을 받든 요임금의 미덕을 계승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지극히 아름답고 선한 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아름다운 곡조의 형식은 알 수 없지만 요임금 미덕의 핵심 내용이 뭔지는 미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혈육이 아니라 어진 사람을 찾아서 왕위를 물려준 선양의 미덕입니다. 다시 말해 백성을 다스리는 군자는 혈통에 의해서가 아니라 능력, 즉 세상 이치에 대한 이해(도)와 타인에 대한 포용력(덕)에 의해 결정돼야 한다는 혁명적 정치사상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음악을 하는 것이 이런 경지에까지 이르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는 공자 발언의 진의를 되새기지 않을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