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편 술이(述而) 제2장
공자가 말했다. “묵묵히 마음속으로 새기는 것, 배우는데 싫증 내지 않는 것. 남을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는 것, 이중에 어떤 것이 내게 있는가?”
子曰: “默而識之, 學而不厭, 誨人不倦, 何有於我哉?”
자왈 묵이지지 학이불염 회인불권 하유어아재
이 장의 내용은 9편 ‘자한’ 제16장과 함께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렸습니다. 똑같이 ‘이중에 어떤 것이 내게 있는가(何有於我哉)?’라는 표현이 등장할 뿐 아니라 ‘대학’의 8조목에 대응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자한 편 16장에서 언급된 4가지, 곧 ‘나와서는 공경을 섬기고, 안에선 부형을 모시며, 상을 당하면 감히 게을리하지 않고, 술로 인해 곤란을 겪지 않는 것’은 치국(治國) 평천하(平天下) 수신(修身) 제가(齊家)의 4조목에 해당하는 내용입니다.
이 장의 내용은 나머지 4조목인 ’격물(格物) 치지(致知) 성의(誠意) 정심(正心)’으로 발전하게 될 사유의 단초를 보여줍니다. 즉 공부하고 수양할 때의 마음자세, 더 나아가 이를 다른 사람에게 전파할 때의 마음가짐에 대한 내용입니다.
새로운 깨달음을 얻을 때 말없이 이를 가슴에 새기라는 가르침은 ‘유레카’를 외치며 환호작약하는 서양의 지적 전통과 차이를 보여줍니다. 꽃을 집어 들며 미소를 지어 보인다는 불가의 염화미소의 전통과 공명하는 대목입니다.
배움을 구할 때 싫증 내지 않는다는 것은 느리지만 꾸준한 거북이의 자세로 학문을 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가르칠 때 게으르지 않은 것은 그와 상응합니다. 배울 때 꾸준한 사람도 가르칠 때 꾸준하기란 쉽지 않습니다. 이는 가르치는 과정에서 또한 배움을 얻을 수 있다는 교학상장(敎學相長)의 경지에 이르러라 가능합니다.
“좋은 안주도 먹어보지 않으면 그 맛을 알 수 없고, 지극한 도(道)도 배우지 않으면 그 좋은 점을 알 수 없다. 그러므로 배운 뒤에야 자신의 부족함을 알고, 가르친 후에야 비로소 막힘을 안다. 자신의 부족함을 알아야 스스로를 돌아보고, 막힘을 알아야 자신을 보강할 수 있다. 그러니 가르치고 배우면서 함께 성장한다.”
‘예기’ 학기 편에 교학상장이란 표현이 등장하는 대목입니다. 예기는 고대 중국의 의례를 기록한 ‘주례’와 ‘의례’에 대한 주석서라는 점에서 공자와 그 제자들이 편찬에 참여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교학상장을 다룬 내용에선 확실히 공자의 입김이 느껴집니다. 공자는 배움을 좋아함에 있어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했고 또 평생 가르침을 업으로 삼은 사람이었기에 이러한 통찰이 가능하지 않았을까요?
‘학이불염, 회인불권(學而不厭, 誨人不倦)’은 ‘맹자’ 공손추 상편에도 언급됩니다. 자공이 “스승님은 성인이십니까?”라고 묻자 공자가 “성인의 경지는 내 감당할 수 없지만 배움에 싫증 내지 않고(學不厭)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다(敎不倦)”고 답합니다. 이에 자공이 “배움에 싫증 내지 않는 것은 지혜(智)요, 가르침에 게으르지 않는 것은 어짊(仁)입니다. 어질고 지혜로우니 스승님은 이미 성인이십니다”라고 답했다는 내용입니다.
맹자의 창작이 아닐까 여겨지지만 여기서 우리가 확인할 수 있는 게 하나있습니다. 지혜로운 것보다 어려운 것이 어진 것입니다. 학불염이 지혜로운 것이요, 교불권이 어진 것이라 했으니 학불염보다 교불권이 더 어렵습니다. ‘훈장 똥은 개도 먹지 않는다’는 속담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