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은 현교, 군자학은 밀교

6편 옹야(雍也) 제21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중간 이상의 사람이라면 수준 높은 것을 말해 줄 수 있지만 중간 이하의 사람에게는 수준 높은 것을 말해 줄 수 없다.”


子曰: “中人以上, 可以語上也. 中人以下, 不可以語上也.”

자왈 중인이상 가이어상야 중인이하 불가이어상야



이 장의 내용을 “지극히 지혜로운 사람과 지극히 어리석은 사람은 바뀌지 않는다(唯上知與下愚不移‧17편 ‘양화’ 제3장)와 연관시켜서 해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중인(中人)은 상지(上知)와 하우(下愚) 사이에 위치하는 지적 수준을 지닌 사람이라고 풉니다.


불필요한 분류법입니다. 양화 편 제3장에서 상지와 하우를 언급했던 것은 그 두 부류를 제외한 보통의 사람이라면 변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함입니다. 반면 여기서 중인 이상과 중인 이하는 세상 사람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다고 말하기 위함입니다. 바로 '공자와 증자의 차이'(8편 '태백' 제6장)에서 말씀드렸던 밀교(esotericism)를 깨칠만한 사람과 현교(exotericism)만 이해하는 사람입니다.


밀교(密敎)는 소수정예에게만 전해지는 심오한 가르침을 뜻합니다. 현교(顯敎)는 일반 대중이 누구나 받아들일 수 있는 가르침을 뜻합니다. 공자가 말하는 밀교는 송대 성리학자들이 형이상학적으로 포장한 도학을 뜻하는 게 아닙니다. 혈통에 의해 왕과 대부가 되는 신분주의를 타파하고 학문을 닦고 덕을 쌓은 사람을 지도자로 세워야 한다는 군자학의 혁명적 정치사상을 말하는 것입니다. 그럼 공자의 현교는 뭘까요? 군자학을 왕조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충효의 이데올로기로 받아들이거나 포장한 유학을 말합니다.


그러고보면 공자의 제자를 자처한 후대의 무수한 사람들 중에 '중인 이상'이라 할 만한 사람이 참으로 드물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공자의 가르침을 보수적으로 이해한 자여(증자)는 현교만 알았던 반면 역성혁명을 말했던 맹자는 밀교도 깨치고 있었다고 해야할 것입니다. 그럼 주자는 어느 쪽이었을까요? 밀교의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았기에 사대부라는 자신의 계급의 이익에 충실하게 적절히 마사지하면서 불교와 도교에 맞서기 위해 형이상학적 도학으로 재포장한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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