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편 옹야(雍也) 제8장
계강자가 물었다. “중유(자로)에게 정무를 맡겨도 되겠습니까?” 공자가 말했다. “중유는 과단성이 있으니 그에게 정무를 맡긴다고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단목사(자공)에게 정무를 맡겨도 되겠습니까?” “단목사는 사리에 통달했으니 그에게 정무를 맡긴다고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염구(염유)에게 정무를 맡겨도 되겠습니까?” “염구는 다재다능하니 그에게 정무를 맡긴다고 무슨 어려움이 있겠습니까?”
季康子問: “仲由可使從政也與?” 子曰: “由也果, 於從政乎何有?”
계강자문 중유가사종정야여 자왈 유야과 어종정호하유
曰: “賜也可使從政也與? 曰: ”賜也達 於從政乎何有?“
왈 사야가사종정야여 왈 사야달 어종정호하유
曰: “求也可使從政也與?” 曰: “求也藝, 於從政乎何有?”
왈 구야가사종정야여 왈 구야예 어종정호하유
계강자는 계손씨 가문의 8대 종주입니다. 공자를 박대해 천하주유를 떠나게 한 아버지 계환자의 뒤를 이어 노나라의 실권자가 된 인물입니다. 하지만 정통성의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습니다. 서장자로 임시 종주가 됐다가 계모의 뱃속에 있던 적장자가 태어나자 종주자리를 지키기 위해 그 아기를 사주해 죽였다는 의심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취약한 정통성을 보완하려는 생각이었을까요? 아비의 박대로 노나라를 떠나 유랑생활을 하던 공문의 세력과 손을 잡습니다. 염유를 계손씨 가문의 가재로 삼고 젊은 번지를 장수로 삼습니다. 이들이 제나라와 전투에서 보란 듯 공을 세우자 공자의 귀향을 받아줍니다. 이어 자공, 공서화, 자유, 자하 같은 공문의 제자들이 대거 노나라 공직에 진출하게 됩니다.
이 장의 대화 내용은 계강자가 공문의 인재들에 대해 간을 보는 것으로 보입니다. 염유를 가재로 기용하기 전에 이뤄진 대화라는 소리입니다 그렇다면 공자가 노나라로 귀국하기 전에 노나라 밖에서 계강자를 별도로 독대한 적이 있다는 것이 됩니다. 과연 계강자가 그렇게까지 적극적 행보를 보였을지는 의문이란 점에서 계강자의 아버지 계환자와 대화를 혼동한 것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계환자 역시 자로를 계손씨 가문의 가재로 기용하고 자고를 비읍의 음재로 기용한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교의 대상으로 떠오른 제자는 자로, 자공, 염유 셋입니다. 셋 다 공문십철로 꼽힌 인재로서 자로와 염유는 콕 찍어 정무에 일가견이 있다 찬사를 받았고 자공은 재아와 더불어 말솜씨가 뛰어나다는 찬사를 받았습니다. 셋 다 눈치가 빠르고 업무를 처리하는 수완과 현실감각이 빼어난 사람들입니다.
그럼 그들의 차이는 뭘까요? 공자는 딱 한 글자로 그들의 특징적 차이를 짚어냈습니다. 자로에 대해선 과(果), 자공에 대해선 달(達), 염유에 대해선 예(藝)라는 형용사를 썼습니다.
과(果)는 열매라는 뜻에서 과단성 있다, 결단력 있다, 용감하다는 뜻이 파생된 단어입니다. 달(達)은 새끼양이 어미양의 자궁에서 잘 빠져나온다는 형상에서 막힘이 없다, 통달하다, 정통하다는 뜻을 갖게 됐습니다. 예(藝)는 본디 나무를 심는 형상을 딴 글자인데 나무를 잘 가꾸는 데 필요한 기술과 재주라는 뜻이 파생되고 재주가 많다는 뜻까지 갖게 됐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자로는 특히 어려운 난관에 봉착했을 때 이를 돌파할 방법을 찾아내는데 뛰어다는 소리입니다. 다시 말하면 일상적 문제가 아니라 고난도의 난제를 해결할 때 빛을 발한다는 것입니다. 자공은 어떤 문제든 쉽게 술술 풀어간다는 말입니다. 외교적 조정 능력이 뛰어나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윈-윈의 해법을 잘 찾아낸다는 것입니다. 염유가 다재다능하다는 말은 여러 가지 카드를 쥐고 있다가 보스의 희망사항에 맞춤형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재주는 많지만 심지가 약해 보스가 하자는 대로 다 해주는 스타일입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떤 형의 인재를 택하시겠습니까? 해결사에 가까운 자로, 협상가 스타일의 자공, 고객 맞춤 재단사형인 염유. 골치 아픈 일을 질색하다 양호 같은 호랑이를 키웠던 계환자는 여전히 해결사 스타일을 선호해 자로를 선택했습니다. 선택 장애가 있는 권력자의 선택답습니다. 반면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영아살해까지 주저하지 않았던 계강자는 자신이 원하는 바에 가장 가까운 해법을 제시해 줄 염유를 골랐습니다. 철저한 에고이스트답게 자신의 욕망 충족이 제일 중요했기 때문입니다.
사실 자로 같은 해결사형은 비상상황에서 필요합니다. 자공 같은 협상가형은 문제를 순리대로 풀어가기에 뒤탈이 적습니다. 대신 상대뿐 아니라 보스까지 설득하려 합니다. 반면 염유 같은 재단사형은 권력자의 입안의 혀와 같은 존재입니다. 보스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짚어내고 결코 ‘노’라고 말하는 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대부분 출세가도를 달리지만 결국 보스도 망치고 자신도 망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는 이 장에서 같은 말을 되풀이하는 공자에게서 일종의 분노와 비애감이 함께 느껴졌습니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인재를 쇼핑하듯 고르려는 권력가에 대한 환멸. 그런 주제에 정무를 맡길 만하냐는 말을 입에 올리는 몰염치함에 대한 냉소. 무엇보다 그들이 원하는 해결사, 협상가, 재단사를 두루 길러냈고 덤으로 국가운영의 프로그램까지 갖췄건만 그들의 쇼핑리스트에서는 철저히 배제된 자기 자신에 대한 연민.
이런 것들이 범벅이 된 공자의 내면의 목소리가 들리는 듯했습니다. ‘내 제자들에게도 한참 미치지 못하는 놈이 어디서 정무를 맡길 만하냐고 거들먹거리는 것이냐? 너 같은 놈이 정무를 맡고 있는 것이 진짜 문제 아니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