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될 상

6편 옹야(雍也) 제1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염옹은 남면하게 할 만하다.”


子曰: “雍也可使南面.”

자왈 옹야가사남면


남면은 천자나 제후가 좌정할 때 남쪽을 바라보고 앉는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남면하게 할 만하다는 말은 천자나 제후가 될 만하다는 뜻이니 얼핏 최고의 상찬처럼 들립니다. 최고의 제자로 꼽았던 안연에 대해 지극히 어질고 호학함에 있어 자신을 능가한다는 표현을 쓰긴 했지만 ‘왕이 될 만한 상’이라는 표현은 감히 쓰지 못했으니까요.


공자로부터 이런 격찬을 받았음에도 중궁(염옹)에 대한 기록은 자세한 것이 없습니다. 이 장만 해도 뒤에 이어지는 설명이 있을 법한데 공자의 발언 한마디가 다입니다. 그래서 2장을 이 장과 하나로 합쳐서 풀이하는 주석서가 많습니다. 그러나 두 장을 하나로 묶는 것은 이 장의 내용의 혁명성을 희석시키기 위한 물타기에 지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나라 때 대덕이 편찬한 ‘대대례기(大戴禮記)’에 중궁에 대한 공자의 평가가 실려 있습니다. “가난해도 공경함을 잃지 않고, 신하를 부릴 때는 귀한 손님 대하듯 하고, 자신의 노여움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히지 않으며, 다른 사람에 대한 원망에 집착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과거에 지은 죄를 기억하지 않는 사람은 염옹이다.”


‘공자가어’에도 자공의 입을 빌려 다음과 같은 평가가 나옵니다. “만약 덕 있는 임금을 만나 높은 지위에 오른다면 그 이름을 실추시키지 않을 것이다. 가난해도 빈객이 된 듯이 당당하고, 아랫사람을 부릴 때 함부로 대하지 않고 그 힘을 빌리듯이 하며, 노여움을 전가시키지 않고, 남을 심하게 원망하지 않으며, 지난날의 허물을 끄집어내지 않으니, 이것이 염옹의 행실이다.”


두 가지 찬사에서 공통된 면모가 보입니다. 가난해도 윗사람에게 굽실대지 않고 높은 자리에 올랐다 하여 아랫사람에 함부로 굴지 않습니다. 자긍심과 겸손함을 함께 갖췄다는 말입니다. 또 앞서 안연에게서 본 것처럼 불천노(不遷怒)를 실천하며, 남을 원망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과거의 잘못을 마음에 담아두지 않습니다. 문제가 발생하면 다른 사람을 책망하기보다 그 책임이 자신에게 귀결된다고 여기는 리더의 도량을 읽어낼 수 있습니다.


중궁은 또한 앞서 2장에서 살펴본 것처럼 평소엔 만사에 정성스럽지만 일처리를 할 때는 핵심만 놓치지 않는 시원시원함을 겸비했습니다. 왕이나 제후는 아무리 똑똑하더라도 만기친람의 자세로 덤벼선 안 됩니다. 큼직한 사안만 챙기고 세부적인 일은 아랫사람을 믿고 맡겨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믿고 맡길만한 사람을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아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선 중궁이 계씨 가문의 가재를 맡게 됐을 때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해준 3가지가 있습니다. ‘솔선수범해라, 작은 허물은 용서해라, 현명한 인재를 발탁해라(先有司, 赦小過, 擧賢才)’입니다(13편 ‘자로’ 제2장). 중궁이 윗사람에게 굽실대지 않고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하지 않으며 위에서 불호령이 떨어져도 이를 갖고 아랫사람을 닦달하지 않는 것이 솔선수범하는 것일 겁니다. 또 다른 사람을 심하게 원망하지 않고, 과거의 잘못을 덮어줄지 아니 ‘작은 허물은 모르는 척 해라’에 해당합니다.


마지막으로 현명한 인재를 발탁하는 법에 대해선 중궁이 그 노하우를 묻습니다. 공자는 “네가 잘 아는 현명한 인재부터 발탁해라, 그럼 소문이 나서 여기저기서 천거가 들어올 것이다.” 이 답은 중궁이 사람 보는 안목이 있음을 전제한 것입니다. 주변 인물 중 누가 현명한지를 알고 또 추천을 받은 사람이 인재인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여기까지 살펴보면 중궁은 리더의 자질이 충분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과연 제왕의 자질이라 할 정도인가 하는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어쩌면 공자가 노린 것은 다른 게 아닐까요? '제왕의 자질이라는 것이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다. 군자의 자질을 어느 정도 구비하면 누구나 제왕이 될 수 있다.'


사실 공문십철 중에서 중궁은 가장 특색이 없는 인물입니다. 덕행이 뛰어난 4인 중의 말석을 차지했고, 다른 6명만큼 개성과 장점이 뚜렷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가장 무난한 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교 10등 안에는 드는데 딱히 두각을 나타내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부족한 것도 없는 모범생. 다시 말해 도와 덕을 적절히 갖춘 평균적 군자상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공자는 “꼭 비범한 성인이 될 필요는 없다. 중궁정도만 돼도 제왕이 되기 충분하다”고 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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