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간(狂簡)과 광견(狂狷)

5편 공야장(公冶長) 제22장

by 펭소아

공자가 진(陳)나라에 있을 때 말했다. “돌아가자! 돌아가! 내 고향 젊은이들은 거칠고 성기며 아름다운 재질을 갖췄지만 그를 어떻게 마름질할지 모른다.”


子在陳曰: “歸與! 歸與! 吾黨之小子狂簡, 斐然成章, 不知所以裁之.”

자재진왈 귀여 귀여 오당지소자광간 비연성장 부지소이재지



천하주유 기간 막바지에 공자는 진나라와 채나라에서 곤욕을 치르면서 고국 노나라로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됩니다. 아마도 이 무렵 계강자가 공문에 손을 내밀어 염유가 계강자의 가재로 파견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공자는 잠시 위나라에 체류하며 귀국 타이밍을 노나라 염유와 번지가 제나라와 전쟁에서 공을 세운 것을 명분 삼아 귀국하게 됩니다.


그 귀국의 명분이 이 장의 내용을 이룹니다. 내 고향 젊은이(吾黨之小子)를 노나라 젊은이로 볼 수도 있고 노나라에 남아있던 공문의 제자들 아니면 좀 더 구체적으로 노나라 정계에 진출한 염유와 번지 등을 지칭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공자는 그들에 대해 광간(狂簡)과 비연성장(斐然成章)이란 대조적 표현을 씁니다. 광간은 거칠고 성기다는 뜻이고, 비연성장은 무늬(文彩)가 아름답다는 뜻입니다.


모두 옷감의 재질을 표현한 것이기에 마지막엔 그를 어떻게 마름질할(裁) 줄 모른다는 표현을 씁니다. 한마디로 옷감 재질은 좋은데 제대로 마름질이 안 돼 거칠고 성긴 옷밖에 못 만드니 자신이 돌아가 제대로 된 옷을 지어주겠다는 뜻입니다. 노나라의 젊은이 또는 제자들의 좋은 자질이 제대로 발현되도록 도와주기 위해 노나라로 돌아가겠다는 취지를 비유적으로 말한 것입니다.


여기서 주목할 표현이 광간(狂簡)입니다. 狂은 원래 미쳤다는 뜻이지만 옷감에 적용할 경우 거칠다가 적절합니다. 간은 본디 간략하다는 뜻이지만 소홀하다는 뜻도 있어 옷감에 대해선 성기다로 풀었습니다. 동시에 광간은 “중용의 지혜를 실천하는 사람(中行)을 얻어 함께 하지 못한다면 반드시 미치광이(狂者)나 고집쟁이(狷者)와 함께 하겠다”(13편 ‘자로’ 제21장)는 공자의 발언 속 광견(狂狷)을 떠올리게 합니다.


광자는 자신이 좋아하는 한우물만 파는 마니아를 뜻하고, 견자는 하기 싫은 일은 죽어도 못하는 매버릭을 뜻합니다. 성인인 공자로부터 인정받은 사람이라 하여 광자를 이상주의자, 견자를 원칙주의자로 새기기도 합니다. 그러다보니 광자는 진보주의자, 견자는 보수주의자라는 해석도 나옵니다. 각자의 상상력을 투영한 해석의 영역이니 과히 탓할 바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광견의 의미를 광간에 투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광은 뜻만 높고 현실감이 부족한 이상주의로 풀 수 있습니다. 간은 세상을 원리적으로만 이해하다보니 문제해결능력이 딸리는 원칙주의로 해석 가능합니다. 따라서 공자의 군자학은 이런 병폐에 대한 치유책으로 봐야 하니 고매한 이상주의나 고지식한 원칙주의에 빠지는 것을 경계한 표현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문제는 후대의 대중의 눈에 정작 유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입으론 이상을 말하면서 뒤에선 호박씨 까기 바쁘거나 끊임없이 왕에게 “불가합니다”만 외쳐대는 고지식한 벽창호로 비치게 된 점입니다. ‘순자’에 따르면 이는 이미 전국시대부터 벌어진 현상이니 공자가 구상한 군자학이 소위 유자들의 학문인 유학으로 바뀌면서 변질된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지하의 공자가 어찌 통분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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