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과 이웃

4편 이인(里仁) 제25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덕 있는 사람은 외롭지 아니하니 반드시 이웃이 있다.”


子曰: “德不孤, 必有隣.”

자왈 덕불고 필유린



‘논어’를 대표하는 구절 중 하나입니다. 덕(德)은 타인을 품어내는 마음의 그릇이 큰 것을 말합니다. 보통사람(소인)은 가족과 가까운 친지만 그 그릇에 담습니다. 덕 있는 사람은 이웃은 물론 한 동네사람 전체를 넘어 한 나라와 천하의 백성을 그 그릇에 담습니다. 그만큼 다른 사람을 헤아리고 베풀고 배려하는 마음이 남다른 사람이 덕 있는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이 있으면 주변 사람들이 골고루 혜택을 누리기 마련입니다. 어디서 선물을 받으면 자신과 가족뿐 아니라 이웃과 동료까지 챙기는 사람이니까요. 그러니 늘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소리를 들을 수밖에 없습니다.


‘전국 사군자(戰國 四君子)’로 불린 이들이 있습니다. 제나라의 맹상군(전문), 조나라의 평원군(조승), 위나라의 신릉군(위무기), 초나라의 춘신군(황헐)입니다. 춘신군을 제외하면 제후의 아들이거나 동생이었으니 통상적 군자에 해당합니다. 왕(춘추시대의 제후)이 될 순 없었으나 경상 내지 대장군의 반열에 올라 ‘무관의 제왕’으로 불렸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의 봉지에서 나는 수입으로도 부족해 빚까지 져가며 수천 명의 식객을 거느린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이는 수하에 수많은 인재를 불러 모아 세력을 키우기 위함이었지만 ‘德不孤, 必有隣’에 입각해 스스로가 덕 있는 지도자감이란 걸 과시하려는 목적도 있었습니다. 또한 ‘뜻을 같이하는 벗이 멀리서 오니 어찌 즐겁지 않으랴(有朋自遠方來不亦樂乎‧1장 ‘학이’ 제1편)를 보여줘 명성을 드높이는 효과를 발휘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위해 빚까지 내는 것으로도 모자라 백성들 상대로 돈놀이까지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덕 있다 유세하기 위해 이(利)를 도모하는 형국이 됐으니 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격이었습니다.


식객들 또한 사군자가 위세가 있을 때는 몰리다 위세를 잃었다 싶으면 뿔뿔이 흩어지길 반복했으니 과연 공자가 말한 이웃(隣)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사군자 중 가장 신망 높던 맹상군조차 제나라 경상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재기용되자 흩어졌던 식객이 다시 모여드는 것을 보고 이익만 좇는 ‘시장과 거리 장사치의 사귐(市道之交)’과 뭐가 다른가라며 한탄했습니다.


하지만 식객 중 소수는 사군자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걸고 보은에 나선 이들도 있음을 잊어선 안 됩니다. 풍전등화의 위기에 처한 신릉군을 구하기 위해 위왕의 명령에 반하는 계책을 헌납한 뒤 자결한 후영이나 평원군을 위해 칼집 속 칼을 보여주며 기선을 제압한 뒤 초나라 고열왕을 설득해 조나라와 초나라의 동맹을 끌어낸 모수는 가히 공자가 말한 이웃에 해당한다 할 것입니다.


맹상군이 돈놀이한 돈을 받아주겠다며 가난한 백성의 차용증서를 거침없이 불태워 맹상군의 명성을 지켜주고, 맹상군이 팽 당했을 때 동분서주해 그의 복귀를 도운 풍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그의 도움으로 재상에 복귀한 맹상군은 다시 몰려드는 식객들을 보면서 진저리를 칩니다. 이때 풍환이 의미심장한 말로 맹상군의 태도를 바꾸게 합니다. “본디 이익이 있는 곳에 사람이 몰리는 것이 당연한 이치이거늘 어찌 그를 모른다 말씀입니까?”


보통사람(소)이 이익을 좇아 이합집산 하는 것은 세상의 이치인 도(道)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이를 모르고 그 부박함을 탓하는 것은 도를 깨친 것이 아니기에 군자라 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군자는 그런 보통사람의 심성을 헤아리고 품어줄 주 알아야 하니 그것이 진정한 덕(德)입니다.


이렇듯 도와 덕을 겸비해야 진정한 군자가 되는 것입니다. 수백수천의 식객을 거느리는 것이 아니라 그들이 들고 나는 것에 개의치 않고 베풀 줄 알아야 합니다. 또 그중에 단 한 명이라도 밥값을 하는 식객이 나오면 다행이라 생각할 줄 알아야 진정한 군자가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그전의 맹상군은 군자가 아니었으나 풍환의 일갈을 듣고 깨달음을 얻은 뒤 진정한 군자가 됐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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