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말을 따라잡지 못함을...

4편 이인(里仁) 제22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옛날에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은 것은 몸이 말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


子曰: “古者言之不出, 恥躬之不逮也.”

자왈 고자언지불출 치궁지불체야



고자(古者)는 옛날 사람이란 해석과 옛날이란 해석으로 나뉩니다. 者가 시간을 나타내는 말 뒤에 붙는 접미사이기도 하기 때문입니다. 옛날 사람으로 새기려면 문맥 상 고자지언(古者之言)이 돼야 합니다. 그래서 단순히 옛날로 새기는 것이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옛날에 말이 입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표현은 옛날 사람이 모두 과묵했다는 게 아니라 옛 성인은 함부로 말을 하지 않았다는 뜻으로 새기는 것이 적절해 보입니다. 이를 두고 자여(증자)의 제자들은 다시 눌언민행의 테마를 떠올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문장에서 명백히 드러나듯 이 역시 언행일치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입니다.


원문의 逮는 ‘따라잡을 체’이니 “몸(躬)이 말(言)을 따라잡지 못하는 것을 부끄러워했다(恥)”는 뜻입니다. 14편 ‘헌문’ 제27장에 등장하는 ‘군자는 그 말이 그 행동을 넘어서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는 치언과행(恥言過行)과 대구를 이룹니다. 둘 다 ‘말을 아끼라’ 보다는 언행일치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봐야 합다.


오늘날 이러한 부끄러움을 모르는 현대인이 많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공약(空約)’ 그리고 ‘내로남불’이란 표현의 대유행입니다. 언행일치에 대한 의지는 눈곱만큼도 없으면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남발하고, 그저 다른 사람 트집을 잡기 위한 목적으로 자신에게 부메랑으로 돌아올 독설을 퍼붓는 세상이 된 것입니다. 공자가 봤다면 낯 뜨거워 스스로 얼굴을 가렸을 세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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