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과 벌

4편 이인(里仁) 제11장

by 펭소아

공자가 말했다. “군자는 덕을 품고, 소인은 땅을 품는다. 군자는 형벌을 품고, 소인은 혜택을 품는다.”


子曰: “君子懷德, 小人懷土. 君子懷刑, 小人懷惠.”

자왈 군자회덕 소인회토 군자회형 소인회혜



회(懷)가 네 차례 등장합니다. 본디 옷깃 언저리에 눈물 자국이 생긴 것을 형상화한 한자에서 출발해 고인을 기린다는 뜻을 갖게 됐고 다시 그리워하다, 가슴에 품다, 생각하다는 뜻까지 파생했습니다. 문장의 맥락에 따라 해석이 다채로울 수 있지만 시를 좋아했던 공자가 일종의 라임으로 쓴 표현이기에 '품다'로 통일해 풀어봤습니다.


지도자감인 군자와 일반 백성인 소인이 비교됩니다. 앞 구절은 덕(德)과 토(土)와 비교됩니다. 덕은 자신이 아닌 타인을 포용하고 배려하는 것입니다. 토는 당시 일반인의 생활적 기반이었던 농토를 말합니다. 일반인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 경제적 터전을 마련하고 가꾸는 것에 집중하지만 지도자는 자신의 마음속에 타인을 심고 키우는 일에 매진해야 함을 강조한 것입니다.


뒷 구절에선 형(刑)과 혜(惠)가 비교됩니다. 형은 형벌이고, 혜는 혜택입니다. 일반백성은 나라에서 베푸는 혜택을 기대하는 반면 지도자 될 사람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벌 받기를 감수한다는 뜻으로 새길 수 있습니다. 지도자 관련 대목은 백성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어찌 벌 줄지를 고민한다는 뜻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둘 중 하나가 아니라 둘 모두를 아우르기 위해 ‘군자는 형벌을 품는다’로 풀어 봤습니다.


앞 구절과 뒷 구절을 다시 비교하면 소인에 해당하는 토와 혜는 뚜렷한 대비되지 않지만 군자에 해당하는 덕과 형이 뚜렷한 대비를 이룸을 알 수 있습니다. 소인이 아니라 군자에 방점을 찍은 상태로 비교가 이뤄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덕과 형의 대비는 덕치를 강조한 유가와 법치를 강조한 법가의 대비로 이어집니다. 후대의 중국 왕조가 겉으론 유가를 표방하면서 속으론 법가에 의거하는 외유내법(外儒内法)으로 흐를 것을 어느 정도 내다본 대목으로 볼 수도 있을 겁니다.


그보다는 군자에 초점을 맞춘 해석이 공자의 본뜻에 더 부합할 것입니다. 군자라면 다른 사람을 품고 돌보는 봄바람 같은 덕을 품되 지도자의 지위에 있다는 이유로 혜택 볼 생각을 접고 서릿바람처럼 매서운 형벌을 피할 생각을 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새겨야 할 것입니다.


네, 맞습니다. 이 장은 ‘춘풍추상(春風秋霜)’의 테마와 공명합니다. “자신을 책망할 때 두터이 하고 타인을 책망할 때 엷게 하면 원망을 멀리하게 될 것”(15편 ‘위령공’ 제15장)과 춘풍추상의 반대로서 ‘색려내임(色厲內荏)’을 경계하며 “얼굴빛은 사납지만 속은 나약한 사람은 구멍을 뚫고 담을 넘는 도둑”(17편 ‘양화’ 제12장)과 같은 계열로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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