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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펭소아 Feb 03. 2021

누구인가? 누가 지금 둘러대는가?

19편 자장(子張) 제8장

자하가 말했다. “소인은 잘못을 저지르고 나서 반드시 둘러대고 꾸미려 한다.”


 子夏曰: 小人之過也必文

  자하왈  소인지과야필문


          

  군자는 공자가 이상적으로 생각한 인물상입니다. 바로 ‘수제의 덕’과 ‘치평의 도’를 함께 갖추기 위해 끊임없이 수양하는 사람입니다. 현대적 언어로 표현하면 개인적 도덕성과 정치적 리더십을 겸비하기 위해 분투하는 존재죠. 소인은 그런 군자지몽(君子之夢)이 없는 평범한 사람을 말합니다. 하지만 때론 군자의 대척점에 선 존재로 불릴 때가 많습니다.     


   여기서 소인은 군자의 대척점에 선 존재입니다. 군자는 그 완성형인 성인(聖人)에는 미치지 못한 존재입니다. 따라서 잘못을 저지를 수밖에 없습니다. 다만 그것을 바로 잡을 줄 압니다. 1편 학이(學而) 제8장과 9편 자한(子罕) 제24장, 15편 위령공(衛靈公) 제30장에서 공자가 계속 강조했듯이 잘못이 있을 때 그것을 고치지 않는 이가 곧 소인인 것입니다.     

 

  자하는 공자의 그 가르침을 받아 소인의 특징을 하나 추가합니다. 잘못을 고치지 않을 뿐 아니라 그걸 감추기 위해 둘러대고 꾸며댄다는 겁니다.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라며 억지 핑곗거리를 만들어낸다는 거죠. 코로나 19 백신 확보에 차질이 생기자 아랫사람들이 윗사람의 지시를 따르지 않아서 그런 거지 “대통령은 여러 차례 지시했다”라고 강변하는 것이 바로 원문에 등장하는 문(文)에 해당합니다.


  무엇이 잘못일까요? 원래의 목표와 전혀 다른 부정적 결과를 초래한 것, 목표를 추진하는 가운데 불필요한 희생을 낳은 것, 조그마한 성취에 자만해 주변의 충언과 고언에 귀 기울지 않는 것, 스스로는 옳고도 바른 군자지도를 걷는 사람이기에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을 소인 취급하는 것…. 참 많습니다.      

 

   현대 정치의 본질은 사건과 사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오늘날의 권력자는 집권 전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사건과 사고를 만났을 때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의해 판단되고 규정되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 사건과 사고 앞에서 당황하고 실수하는 것은 이제 ‘정가지상사(政家之常事)’라 불러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정치인 가문에서 늘 있는 일이라는 뜻입니다.      

 

  중요한 것은 그런 상황에서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개선방안을 찾느냐 아니면 핑계를 대고 변명을 하고 대신 책임질 희생양을 찾느냐에서 군자와 소인이 갈린다는 겁니다. 인류 역사상 정치와 도덕의 접점을 가장 간절히 모색했던 공자의 혜안은 이렇게 현대에 와서 더욱 빛을 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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